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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희 한겨레 21 서평 요즘 영미권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작가군 중에는 비서구 ‘3세계’ 출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의 소설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상업성까지 두루 인정받고 있다. 제이디 스미스(·자메이카), 주노 디아스(·도미니카공화국), 키란 데사이(·인도), 할레드 호세이니(·아프가니스탄), 하니프 쿠레이시(·파키스탄), 부치 에메체타(·나이지리아), 수전 최(·한국), 수키 김(·한국), 줌파 라히리(·인도)…. 일일이 열거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서구에서는 이런 일군의 소설들을 편의상 ‘포스트식민소설’로 분류한다. » 영미권 이주 2세대는 부모 세대가 가져온 조국의 기억과 민족의 전통을 물려받으면서도 그로부터 거리를 유지한다. 왼쪽부터 제이디 스미스, 주노 디아스, 줌파 라히리, 할레드 호세이니(사진 REUTE.. 더보기
문영희샘, <<분노>> 서평입니다. 살만 루슈디의 (문학동네 펴냄·2007)는 ‘분노를 장착한 어른 아이, 가출했다 돌아오다’로 요약된다. 소설 서두에서 주인공 솔랑카는 ‘학자, 인형 제작자, 독신자, 은둔자’로 소개된다. 이는 소설적 트릭일 뿐, 읽다 보면 진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주인공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학자도 독신자도 은둔자도 아니다. 조신한 아내와 딸 같은 젊은 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싶은 올드보이다. 1980년대, 영국 대학의 폐쇄성과 치열한 내부 경쟁에 염증 난 그는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인형 제작자로 전신한다. 텔레비전의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오래지 않아 인형들이 자신을 배신하는 상황에 마주친다. 자신의 창조물이 대중적으로 재탄생돼 인기를 독차지하는 상황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 더보기
최인자샘의 <<부서진 사월>> 서평입니다. ‘살인하지 말라.’ 이 절대적 계명이 인간의 살인 행위를 막을 수 없음은 이미 입증된 지 오래다. 웬만한 살인은 이야깃거리도 안 되는 세상에서, 이 계명은 그저 ‘분명 살인은 일어나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인하지 않는다’는 분열증적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지켜지지는 않지만)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살인’이라는 빈번한 행위를 낯설고 예외적인 사건으로 간주하고 죽음과 삶을 깔끔히 분리하듯이 살인자와 나를 구별하며 평온한 일상을 영위한다. 그런 점에서 은 복잡한 소설적 장치나 화려한 수사도 없이 우리의 마비된 의식을 내려찍는 육중한 도끼 같은 작품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 대신 ‘반드시 살인하라’는 계명이 지배하는 세계, ‘오직 사람을 죽인 연후에야, 그리하여 .. 더보기
한겨레21 월요 독서클럽 <어느 섬의 가능성> 늙지 않는 세상에서의 성적 판타지 [2009.01.30 제745호] [월요일 독서클럽] 죽거나 사랑하거나, 노회한 냉소주의자 미셸 우엘벡의 교묘한 전략 “삶은 오십부터 시작이다. 그건 맞다. 삶이 마흔에 끝난다는 것만 빼놓고.” 늙어서 죽는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늙는다는 사실이 분해서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린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셸 우엘벡의 (열린책들 펴냄)은 늙어가는 남자들이 경험하는 분노와 치욕을 사랑의 유토피아로 포장한 소설이다. 남자들이 느끼는 ‘근원적인’ 공포를 견딜 수 없어 우엘벡은 젊음·아름다움·새로움만을 숭배하는 성적 파시즘의 세계로 끊임없이 도피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여 현재의 (성적) 결핍과 불만족이 그에게는 소설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 .. 더보기
한겨레21 월요 독서클럽 <불안의 꽃> 앙스트블뤼테, 생애 마지막 꽃 [2009.01.09 제743호] [월요일 독서클럽] 화려한 수사와 꽃잎처럼 섬세한 감정 라인으로 그려낸, 한 70대 자본투자가의 사랑 좋은 문학작품에는 ‘규격’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독자는 이 책 이 매우 못마땅할지도 모른다. 첫째, 너무나 길다! 둘째, 이해할 수 없는 구성과 구도를 갖고 있다. 왜 여자주인공이 중반 이후에야 등장하는지, 특히 책의 전반부를 장악하다시피 하는 자본 증식 찬가와 주인공 집안의 역사는 주제와 무슨 큰 관련이 있다는 건지. 반드시 그런 비중으로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지, 그리고 왜 주인공들의 대사는 독백이든 대화든 엄청난 장광설로만 이루어지는지. 또한 왜 주인공들은 이상하게 말을 주고받는지, 왜 그들의 대화는 저마다 한껏 과장된 에세이의 .. 더보기
<세계화의 하인들> 서평(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젠더화된 글로벌 자본주의 하, 필리핀 여성 이주가사노동자들의 공통된 경험 - 라셀 살라자르 파레냐스 지음, 문현아 옮김, 『세계화의 하인들』, (여이연, 2009) 김영진(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1. 로마와 로스앤젤리스에서 재생산 노동을 하는 필리핀 이주여성들은 상이한 도착지에서 왜 유사한 경험을 하는가? 그러한 유사성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요인은 무엇이며, 이주여성 주체는 자신의 경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세계화의 하인들』은 제목과 같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하인'이라는 공통된 역할이 이들 간의 비슷한 삶을 만들어냄을 보여준다. 저자는 거시, 중범위, 주체 수준의 분석을 종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들을 조건 짓는 젠더화된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거시구조를 밝혀내고, 인종, 계급, 젠더의 다양한 지.. 더보기
<세계화의 하인들> 여성신문 책소개 세계화의 하인들 이주 여성은 세계화의 하인들이다. 세계화 속 여성, 이주, 가사노동에 대해 다차원적으로 접근한 책. 책 속의 로마와 LA의 필리핀계 여성 이주 가사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라셀 살라자르 파레냐스/ 여이연/2만2000원 이지연 / 여성신문 인턴기자 1031호 [북리뷰] (2009-05-15) 2009-05-15 더보기
<세계화의 하인들> 경향신문 책소개 [책과 삶]필리핀 아낙은 왜 세계의 하녀가 됐나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ㅣ경향신문 ▲세계화의 하인들|라셀 살라자르 파레냐스|도서출판 여이연 고학력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나 노인을 돌보는 다른 여성의 존재가 필요하다. 보통 이 자리는 임금이 싼 저개발국 여성으로 채워진다. 한국사회의 ‘조선족 이모’가 그렇고, 이탈리아에는 루마니아계, 폴란드에는 리투아니아계, 그리스에는 스리랑카계, 대만에는 필리핀·인도네시아계, 미국에는 라틴계 가사노동자가 있다. 이들이 본국에 두고 온 가족들은 다른 가족구성원, 혹은 그들보다 더 하층계급의 여성이 돌보게 된다. 이 같은 ‘돌봄의 연쇄’ 혹은 ‘재생산노동의 국제적 분업’은 세계화의 한 특징으로, 국가 간·여성 간의 불평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