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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여/성이론

여/성이론 통권 제29호

발행일: 2013.12.07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책 소개

최근 인문학자들은 한국 근·현대의 진보 담론을 되돌아보고 포스트이론의 전망을 모색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회고담의 진의는 세밀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이미 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운동권) 후일담 소설들은 이론과 실천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전환을 상징했다. 성급한 자기 미화, 혹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미시사, 혹은 상상적 역사 서술이라는 점에서 후일담은 동시대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2010년대에 포스트이론의 관점에서 되돌아본 한국 현대사는 이미 상호문화, 통섭, 다원주의가 상식이 되었고,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맥락 짜기로부터 상대주의를 피하기까지 연구 논제들은 훨씬 더 정교해졌다. 이처럼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추억하는가는 위치의 정치학과 헌신을 요구한다.

 

가시적으로는 사회적 차별이 사라지고 균형 잡힌 법과 사회 체제가 마련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여성들은 범죄의 손쉬운 대상이고, 취업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며, 재수 없는 개시 손님으로 판매 거부를 당하거나 ‘아줌마!’와 같은 표현에 담긴 인격 모욕도 여전하다. 비가시적인 성차별은 뿌리 깊고 타자로서 여성의 경험은 아직도 공적 담화로 소통되지 못한다.

 

페미니즘의 종말, 혹은 그 이후를 말하려면 논리적으로 우선 페미니즘이 있었어야 한다. 상호문화, 통섭, 다원주의는 막연한 관용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타자가 걸었던 길을 흘낏 보고 마치 그 길에 자신도 있었던 양 간략히 요약하는 것은 페미니즘을 ‘배우지 못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더구나 주체가 아닌 타자, 권리가 아닌 책임에 주목하는 포스트이론가를 자처하면서 해체를 그저 손쉬운 책임 방기나 목적론으로 믿고 있다면 이는 모순적이다.

 

페미니즘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역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성이론 29호는 새로운 기획을 했다.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의 보통 여성들과 함께 여/성을 이야기하기로 말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페미니즘 라이브’와 ‘페미니즘 사용 설명서’이다. ‘페미니즘 라이브’에서는 한국의 여성들과 페미니즘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일에 헌신했던 여성들을 소개하고, 분석·평가하며, 미래를 가늠하고자 한다. 이번 호는 첫 회로 한국의 페미니즘 여성 철학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페미니즘 사용 설명서’는 페미니즘을 전혀 모르거나, 알고 싶지 않거나,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포스트페미니스트들을 위해 여/성과 페미니즘을 쉽게 설명한다. ‘페미니즘 사용 설명서’는 여/성과 페미니즘의 기초 개념과 역사를 담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여성들과 페미니스트 개개인이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와 해결책, 그리고 전략들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현재가 ‘섹스’와 ‘젠더’를 다룬다. 이 두 코너가 페미니스트로서 일상을 꾸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롤 모델을 보여주고, 다양한 전략들을 제시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이번 29호는 여성문화이론 연구소의 학술대회, ‘성노동의 이론화: 폭력 담론에서 노동/가치 담론으로’의 발표 논문들을 기획특집으로 싣는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성노동의 이론적 성과를 이들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와 더불어 이번 호의 ‘여성이론가’로 허윤이 에바 일루즈를 소개하는데, 자본주의 시대의 사랑을 다루는 이 글이 기획 특집의 논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이번 29호는 여성문화이론 연구소의 실천적 활동들도 담고 있다. 문화텍스트에 실린 밀사의 󰡔<안전한 섹스, 즐거운 섹스> 비하인드 스토리󰡕는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가 지난 6월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섹스 강좌를 다룬다. 또한 최형숙의 리포트는 한국여성재단의 후원으로 여성문화이론 연구소가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진행한 미혼모 인권향상을 위한 당사자 양성과정 ‘괜찮아요 싱글맘’ 참여 후기이다. 앞으로도 여성문화이론 연구소는 연구·출판과 더불어 대중 강좌 및 여/성 수요자 맞춤 강좌를 진행하고, 사회의 다양한 실천적 활동에도 참여하여, 그 결과물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저자 소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성들의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문화를 만들며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새로운 시대의 이론적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연구자들의 모임이다.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우리는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 문화를 만들며 새로운 이론을 생산하고자 한다. 
여성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만든 역사에 균열과 틈새를 내겠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호 <여>와 <성>사이에 빗금(/)을 그었다. 
기존의 여성이란 남성을 상정하지 않고는 자존적일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여성에 틈새를 내는 여/성의 이론을 만들어보려 한다. 
여성이라는 요상한 이름과 성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다시 쓰는 행위는 여성주의적 주체의 역사를 창출함을 의미한다. 

 목차

기획특집
성노동의 이론화: 폭력 담론에서 노동/가치 담론으로

성노동의 가치 생산 문제/ 김경미 
성매매 근절론을 둘러싼 딜레마: ‘성매매’와 ‘성평등’의 관계 / 배상미 
매춘의 사회적 낙인과 의미를 둘러싼 문화적 실천 / 오김숙이 
낭만적 사랑 사회에서 성노동의 문제 / 사미숙 

기획논문
트랜스 리비도 경제학–호모 서플러스 / 윤지영 
식민지적 현재성: 캐나다의 인디언 법과 젠더관계 / 홍영화 
민중미술의 성별화된 민중 주체성 / 오경미 

여성이론가
에바 일루즈, 자본주의 시대의 사랑 / 허윤 

페미니즘 라이브
그녀는 생각한다–한국의 페미니즘 철학자들 / 김주현 

페미니즘 사용 설명서
섹스와 젠더: “섹스”도 알고 보면 “젠더”! / 이현재 

문화/텍스트
<안전한 섹스, 즐거운 섹스> 비하인드 스토리 / 밀사 
비정규직 시대의 여성 로맨스 판타지 / 황미요조 

주제서평
식민지 경성의 나쁜 여자들 엿보기 / 정지영 
여성사 자료의 새로운 지평–들려주지 않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 정해은 

리포트
처음이신가요–100명의 여성들과 섹스인터뷰를 시작하며 / 은하선 
다양한 가족, 다양한 생애–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걸어온 길 / 한가람 
‘괜찮아요, 싱글맘’, 새로운 여성으로 삶의 시작
–미혼모 인권향상을 위한 당사자강사양성과정 프로그램 참여 후기 / 최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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