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13.06.01 |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
책 소개 | ||
여성 대통령의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그 어떤 시기, 그 어떤 지역의 여성들도 감히 꿈꾸지못했던 영광의 호사를 누리고 있는가? 미국에도 없다는 수퍼헤로인(super heroin)의 등장은 마침내 대한민국을 진보된 성 정치로 이끌고, 여성 개인들은 실질적 수혜자이자 보무도 당당한 새 시대의 역군이 되었는가?
이번 호의 기획특집은 ‘후기자본주의와 로맨스’이다. ‘좋은 시대’를 사는 운 좋은 여성이라는 칭송과 축하 속에서도 여성의 ‘소임’은 여전히 성별화된 영역에 머물러있다. 플라톤은 사랑의 전문가로 여성 현자 디오티마를 내세우면서도, 사랑의 변증법의 최상층에서 엑스터시에 이를 수 있는 이들을 오직 영혼을 가진 남성들로 한정했다. 반면 그 누구도 디오티마의 사랑을 궁금해 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늘날의 디오티마들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현자인양 부풀려지지만, 일생의 소임은 사랑으로 한정되며, 동시에 사랑에 ‘올인’한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 더 이상 성차도, 성역할도 없다는 행복 시대에 그 행복의 진실은 오직 자식들을 보듬는 모성이며, 수퍼헤로인은 성별화 구획을 재강화하는 것으로 되돌아간다.
기획 특집, ‘후기자본주의와 로맨스’의 필자들은 후기자본주의 시대 로맨스의 탄생에 초점을 맞추며, 여성을 근대적 사랑에 일치시키는 규범성에 도전한다. 후기자본주의 시대의 소비주의, 경쟁의 극대화, 성적 쾌락의 추구는 근대적 로맨스가 발판으로 삼았던 이분법을 해체하고 나아가 사랑의 순수성에 도전한다.
첫 번째 논문인 이현재의 「포스트모던적 로맨스 주체: 줄타기와 저글링」은 줄타기와 협상을 통해 로맨스를 재구성한다. 포스트모던적 로맨스에서 데이트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에, 경쟁의 극대화는 인격적 관계와 기능 사이에, 성적 쾌락의 추구는 인격적 관계와 쾌락 충족 사이에 사랑을 위치 위치시킨다. 포스트모던적 로맨스 주체는 사랑의 전면과 후면에서 협상과 줄타기를 한다. 이러한 혼종성의 줄타기와 저글링은 순수한 사랑은 물론 순수한 여성의 이념에 도전한다.
두 번째 논문인 박이은실의 「로맨스 자본주의: 소비주의와 사랑의 계급화」는 근대적 사랑의 양식이라고 말해지는 ‘낭만적 사랑’의 역사성을 고찰하고, 소비자본주의와 결합된 ‘로맨스 자본주의’를 탐구한다. 중상층 계급의 소비문화에 기반한 낭만적 사랑은 부의 양극화, 불안정한 임금 노동, 소비주의 등과 연동하며 사랑의 계급화를 결과한다. 나아가 사랑의 계급화는 선구매 후지불의 ‘신용소비’와 결합하여 자본의 재축적으로 나간다.
세 번째 논문인 사미숙의 「로맨스 유토피아, 여성이 만든 억압의 세계」는 후기자본주의 시대에서 로맨스의 유토피아를 혁명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은 로맨스 자체가 유토피아가 되었고, 로맨스 유토피아를 유지하기 위한 독점과 배타의 원칙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아니라 여성에 의한 억압이라는 점을 비판한다. 애초에 로맨스가 억압적 질서에 반하는 연인들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성 스스로가 사랑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제안한다.
로맨스 유토피아를 배타적으로 유지하는 ‘성 상품화’ 반대 담론에 대한 사미숙의 비판은 성노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촉구한다. 기획 특집 논문들에 이어 서평 대상인 <성노동>(여이연, 2007)과 임윤선의 「성매매특별법이 나쁜 이유」, 김지혜의 「여성성노동자 처벌조항 위헌제청과 성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최근 성매매특별법 위헌 심판 제청과 관련하여 로맨스 유토피아의 법적 정당화와 성매매 비범죄화의 진의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김지은의 「여자 아이의 왕국을 찾아서」는 ‘소녀가 여성이 되는’ 경이로운 변화가 결단코 ‘백마 탄 왕자’ 찾기의 준비 단계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로맨스의 환상에 흠뻑 빠져있는 어린 소녀들에게 흐미엘레프스카와 김지은은 물론, 가까이 살고 있는 나이 든 여성들이 해줄 얘기가 너무도 많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출간된 이번호에서 여성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 개인과 ‘여성’의 정체성, 그리고 그녀의 ‘젠더’를 겨냥한 남성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통속적 대응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나영의 리포트, 「2012년 대선의 여성 후보들, 그리고 김소연과 김순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2012년 대선의 여성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고, 여성 후보 출마의 의의를 평가한다. 문화 텍스트에 실린 임옥희의 「젠더불안의 역설과 복화술 사회」는 1979년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에 쓴 <새마음의 길>을 중심으로 ‘여성’ 정치가로서의 정체성과 정치 철학을 탐구한다. 또한 오경미의 「홍성담을 지지하기에 <골든타임>을 비판한다」는 대선을 앞 둔 시기에 ‘여성’ 대통령 후보를 향한 유권자들의 젠더 불안과 경멸을 분석한다.
그 외에 여성이론가에 실린 조주영의 글, 「정의와 차이의 정치: 아이리스 마리온 영」은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틀 안에서 정의(justice)의 비전을 제시한다. 젠더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보수화와 그 비가시성을 점검할 시의적절한 글이라 할 것이다. 페미니즘 사전에 실린 황주영의 「페미사이드」는 인류 역사에서 지속되어온 여성 살해의 정치적, 사회적인 함의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 외에도 김경미의 새로운 저서 <家와 여성>에 대한 조현우의 서평은 조선시대 여성생활사에 기초한 한국 가부장제의 역사 기술과 공간정치의 혁명적 가능성을 논의한다. 되살아나는 여성에서 박성지는 전통적 성역할을 넘어 공적으로 혁세를 도모한 무당 원향과 계화를 소개한다. 또한 문화 텍스트에서 김슬기는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 국극단의 살아있는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를 비평하였고, 이미영 감독은 자신의 영화 <딕테(DICTEE) : 차학경 오마주>의 제작과정을 자세히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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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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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
<기획특집 : 후기자본주의와 로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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