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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여/성이론

여/성이론 통권 제 25호

 

발행일: 2011.12.16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책 소개

과연 페미니즘은 우리사회를 어느 정도나 변화시켰는가? 페미니즘은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했는가? 아니면 예상치 못했던 결과 앞에서 당황하고 있는가? 예상치 못했던 결과 앞에서 우리는 페미니즘의 방향을 어떤 식으로 수정했는가? 이러한 물음을 던지면서여/성이론편집위원들은 이번 호 기획특집의 화두를 “페미니즘이 뒤흔든 20년: 열정과 냉정 사이”로 잡았다.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열정적 여성운동의 허와 실을 조금은 냉정하게 따져볼 시간을 갖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잃었는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현주소는 어디쯤인가?

 

특집을 여는 논문 「탈식민 페미니즘의 지형도 다시 그리기」에서 태혜숙은 탈식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이론의 지형도를 그린다. 태혜숙은 우선 우리 사회의 이론적 지형에서 탈식민 페미니즘이 여전히 서구 이론가들의 추상적 이론 언어에 머무는 데 불과했음을 비판하는 데서 시작한다. 나아가 태혜숙은 이 이론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아시아 내부의 주변부 및 차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대륙과 연계시키는 트리컨티넨탈리즘(tricontinentalism)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태혜숙은 이러한 지형도 그리기가 젠더--계급 층위에서의 차별과 착취의 문제를 두루 고찰하는 적녹보라 패러다임 안에서 구축되어야 한다고 본다.

 

태혜숙이 정치이론의 시각에서 페미니즘 이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면 임옥희의 논문 「젠더무의식의 귀-열정과 이해관계」는 페미니즘에의 열정이 시들해진 현재의 상황을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임옥희에 따르면 감정이나 사랑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이해관계에 따라 사고하게 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성 평등이나 여성성의 실현과 같은 규범적 목적들은 여성들에게조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마디로 일시적으로 억압되었던 가부장적 젠더 의식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젠더무의식이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귀환하여 어느새 군림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젠더무의식은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여성상을 다시금 소환하고, 계급 재생산을 위해 자식을 쥐고 흔드는 초자아로서의 모성에 불을 지피기도 한다. 이러한 보수화의 경향 중 무엇보다도 주목해야할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여성이 살아남기 전략으로서 택한 귀염떨기이다. 그렇다면 젠더/무의식의 귀환과 더불어 페미니즘이 좌초되는 현재에서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이들과 달리 박이은실의 「급진적 섹슈얼리티 연구 재/구축을 제안하며」는 ‘섹슈얼리티’ 개념을 중심으로 20년 페미니즘 연구동향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특히 박이은실은 국내학술논문 전문 데이터베이스인 DBPIA 검색기능을 사용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2011년까지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한 연구물들의 현황을 파악한다. 이러한 자료검색을 토대로 박이은실은 앞으로의 섹슈얼리티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즉 앞으로의 섹슈얼리티 연구는 성적 위험에 대한 연구 이외에도 성적 쾌락과 성적 위계의 문제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박이은실은 섹슈얼리티가 인정이나 분배를 둘러싼 정치적 투쟁과 어떻게 교차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 특집 논문 「‘평등’에서 차별과 차이의 딜레-비정규직에서 돌봄노동까지」에서 문은미는 지난 20년간 여성노동의 이론과 실천의 지형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비정규직’과 ‘돌봄노동’에 대한 담론을 분석한다. 문은미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러한 담론은 ‘평등 프레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성별화된 권리를 함께 고려하고자 하는 페미니즘 내에서 평등은 매우 논쟁적 개념이다. 따라서 문은미는 이 논문에서 평등과 차이를 대당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평등의 프레임 속에서 차별과 차이의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젠더 평등에 대한 페미니즘적 기획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더욱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문은미는 페미니즘 기획에서 ‘차이에 기반한 평등’이라는 성별화된 권리로써 평등의 추구가 노정하는 한계를 짚으면서 젠더 평등의 새로운 전망에 대해서 질문한다.

 

특집 논문 이외에도 여성 주체성을 화두로 삼고 있는 세 편의 기획 논문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우리의 「하위주체 흑인여성의 몸과 언어」는 스피박이 제기한 문제, 즉 하위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말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수-로리 팍스의

『붉은 글자 희곡』을 분석한다. 한우리에 의하면 미국 흑인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말해왔으며 이를 통해 대항담론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나아가 송유진은 「뤼스 이리가레의 여성 주체성과 성차의 윤리학에 관하여」에서 이리가레의 이론을 분석하는 가운데 언어가 단순히 담론의 문제만은 아니며 주체성이나 윤리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송유진에 의하면 주어의 위치에 오는 주체는 환원불가능한 성차를 갖는 주체이다. 따라서 차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윤리학은 ‘적어도 둘 이상’인 서로 다른 주체들 간의 관계를 개방적으로 생성시킬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기획 논문 「여성의 ‘해체’와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역시 여성의 정치적 시민권을 주장하기 위해서 여성 주체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논문에서 정인경은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등장과 함께 ‘여성’이 개별적 위치나 행위로 해체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정치적 기획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를 단순히 담론의 효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한편 이번 호의 여성 이론가 꼭지는 국내학자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호주의 페미니스트 영화연구자 바바라 크리드Barbara Creed의 이론을 소개한다. 프로이트와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괴물성 개념을 중심으로 재창조하고 있는 그녀의 작업은 국내에 『여성괴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바 있다. 손희정에 따르면 크리드는 세상을 젠더화된 거대한 매트릭스로 이해하고, 이 매트릭스에 균열을 내고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경계적 존재들을 괴물성의 형태로 접근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경계적 존재 즉 괴물인가? 이런 물음을 갖고 되살아나는 여성에서 재조명되는 허난설헌의 인생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유교적 젠더 이념과 동인과 서인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인신적 희롱으로 비틀어지거나 표절로 폄하되었던 허난설헌의 시는 경계적 존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텍스트 꼭지에 실린 두 개의 글은 이와는 조금 다른 물음을 던진다. 「그 때, 그곳에 내가 쉴 곳은 없었다」는 청소년의 인권이 어디까지, 어떻게 존중되어야 하는가를 묻게 만든다. 이 글에서 카스테라는 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머물렀던 쉼터에서의 불편한 기억을 인권의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한국 사회의 여성-비혼 현상으로부터 읽기」는 국가 인구정책의 관점이 ‘비혼’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묻는다. 저자가 간파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미혼모나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해왔던 정부나 기업이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이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관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호에는 두 권의 신간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이종희는 질리언 로즈가 그녀의 책 『페미니즘과 지리학』(정현주 역, 한길사, 2011)에서 투명한 공간에서 역설적 공간으로의 시각전환을 주장하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으며, 문현아는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가 기획하고 허라금이 엮어 출간한글로벌 아시아의 이주와 젠더』가 여성이주와 관련하여 한국과 아시아를 연결하고자 했던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페미니즘 사전에서는 사회이론 안에서 비가시화되거나 평가절하되었던 “감정노동”을 여성주의의 시각에서 되짚어본다. 여기서 박홍주는 국내외 학자들에 제시된 감정노동에 대한 정의와 논쟁점을 소개하고, 나아가 육체와 지식으로 이분화된 기존의 노동개념 속에서 감정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밖에도 이번 호에는 제 10회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ICAAP, 현대자동차 성희롱 및 부당해고 농성 그리고 아시아대륙 최초의 잡년행진에 대한 리포트를 싣고 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활동가인 정휘아는 아이캅에 참여하면서 느낀 내부적 불편함과 자신의 감정적 의식적 변화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권수정은 피해 당사자의 시각에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대자동차 성희롱 사건 투쟁의 과정을 낱낱이 보고하면서 생산현장의 노동통제와 파견법의 문제, 국가권력의 무능함, 연대의식의 결여 등을 꼬집고 있다. 여성주의 예술활동가 레드걸은 아시아 대륙에서 최초로 수행된 게릴라식 ‘잡년행진’이 ‘마초천국’을 잠시나마 뒤흔들었으며, 이를 통해 ‘성녀/창녀’의 고약한 이분법이 파괴되기 시작했음을 유쾌한 어조로 적고 있다.

저자 소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 여성들의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문화를 만들며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새로운 시대의 이론적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목차

머리말

<기획특집> 페미니즘이 뒤흔든 20년: 열정과 냉정 사이

* 탈식민 페미니즘의 지형도 다시 그리기 
-다른 여러 아시아, 트리컨티넨탈리즘, 적녹보라 패러다임 / 태혜숙

* 페미니즘의 열정과 이해관계 
-젠더무의식의 귀환 / 임옥희 

*급진적 섹슈얼리티 연구(Sexuality Study) 재/구축을 제안하며 / 박이은실 

*‘평등’에서 차별과 차이의 딜레마 
-비정규직에서 돌봄노동까지 / 문은미 

<기획논문>
*하위주체 흑인여성의 몸과 언어
-수잔-로리 팍스의 󰡔붉은 글자 희곡󰡕 / 한우리 

*뤼스 이리가레의 여성 주체성과 성차의 윤리학에 관하여 / 송유진 

*여성의 ‘해체’와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 / 정인경 

<여성이론가>
*경계를 탐구하는, 바바라 크리드 / 손희정

<되살아나는 여성>
*갈등하는 기억과 상상
-역사인물 허난설헌(1563~1589) / 이숙인 

<문화/텍스트>
*그때, 그곳에 내가 쉴 곳은 없었다 / 카스테라 

*한국 사회의 여성
-비혼 현상으로부터 읽기 / 정현희 

<주제서평>
*투명한 공간에서 역설적 공간으로 / 이종희 

*넘나들며 변화하는 여성들의 꿈과 삶 / 문현아 

<페미니즘 사전>
*감정노동 / 박홍주 

<리포트>
*당신의 눈으로 나를 본다 / 정휘아 

*아픔을 딛고 피어라, 작은꽃!
-현대자동차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여성노동자 여성가족부 앞 농성의 의미 / 권수정

*유쾌한 여성혁명, ‘잡雜년행진’, ‘마초천국’을 뒤흔들다.
아시아 대륙 최초, ‘잡년’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레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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