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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여/성이론

여/성이론 통권 제23호

발행일: 2010.06.25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팀
내용: 지구화시대 모성의 정치경제학낙태와 입양을 중심으로
 
 책 소개

한국사회 성정치의 쟁점과 전망

트랜스 젠더의 문제, 양성애, 동성애, 이성애 등의 문제는 어떤 학문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가? 새롭게 등장한 LGBT운동은 어떤 시각에서 조명될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여성학 외부의 독자적인 학문영역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오랫동안 성적 지향성이나 섹슈얼리티의 문제는 젠더 관계를 중심으로 했던 페미니즘의 이론에는 이질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아직도 많은 퀴어 이론가와 활동가들은 페미니즘 이론이 이성애에 기반하여 마련된 젠더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퀴어와 관련된 이론을 담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자는 서로에게 이질적인 독자적 이론의 영역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이에 이번 <여/성이론> 23호에서는 성적 소수자 이론과 페미니즘이 결합할 수 있는지, 나아가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지점에서 결합할 수 있는지 등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의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담고 있는 글은 기획특집 “한국사회 성정치의 쟁점과 전망”에 실린 루인의 글 「규범이라는 젠더, 젠더라는 불안」이다. 루인은 이 글에서 트랜스젠더 이론과 페미니즘 이론의 접점을 고민한다. 그리고 “젠더 폭력”을 다르게 정의하여 양자의 접점을 가장 잘 드러나게 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즉 “젠더 폭력”을 단순히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한 개인이 지정받았다고 추정하는 젠더를 그에게 강제하며, 개개인의 일상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해하게 되면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이론은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번역논문인 「페미니즘의 퀴어이론」 역시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글에서 애너매리 야고스는 세즈윅, 버틀러, 할버스탐의 논의들을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퀴어이론과 페미니즘 이론이 생산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을 밝힌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박이은실은 「양성애/여성주체의 등장,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서 이성애 및 동성애와 구분되는 양성애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들을 살펴보고 양성애로부터 출발하는 인식론이 이성애/남성 중심성을 존속시키는 이분법적 성/차 인식의 허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 주며, 이성애/남성 중심성을 이탈하는 주체들의 삶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현실에 대해 보다 급진적인 비판의 장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획 특집의 나머지 글들은 “한국”의 사회와 역사 속에서 퀴어의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쟁점화 되어왔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기획특집을 여는 첫 번째 글 「한국 사회 LGBT의 성적 시민권-비판과 전망」에서 토리는 성적 소수자라는 존재가 한국에서 어떻게 규범화되고 있는가를 국가인권위원회와 운동단체들의 담론을 통해 살펴본다. 이와 함께 토리는 성적 소수자나 퀴어 주체들을 시민적 권리나 의무와는 관련 없이 사적이고 성적인 존재로만 위치 짓고 있는 기존의 몰성적 시민 개념을 비판한다. 두 번째로 실린 원근의 글 「‘한·일 강제병합 100년’과 양국 게이 남성들의 마주침」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거대서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호모섹슈얼리티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글에서 원근은 2000년대에 급격히 전개된 양 사회 게이 남성들의 마주침은 이성애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에 저항하는 계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어 보여준다.

 

이번 호의 기획논문에는 아직도 논쟁중인, 아니 아직 제대로 논쟁하지도 못한 예민한 주제인 성노동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하영의 글 「“당신의 ‘입장’은 무엇입니까?”」를 실었다. 그동안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성노동연구팀은 성매매 대신 “성노동”이라는 개념을 부각시키고 나아가 근절주의 대신 비범죄화 혹은 합법화의 정책을 통해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하영의 글은 이러한 입장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지만 2004년 이후 한국의 성매매 운동 쟁점의 지형도를 그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하영은 이 글에서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성노동연구팀의 입장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근절주의 입장과 비교하면서 양자의 한계 및 전망을 제시한다.

 

여성이론가에서는 오드리 로드의 이론을 소개하였다. 유숙열은 오드리 로드를 페미니스트 이론가라기보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저항한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시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로드는 백인 중산층 여성들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기존의 여성운동을 비판하면서 여성운동은 이제 인종문제나 계급문제를 함께 다루어야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들 간의 차이 또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되살아나는 여성 꼭지를 통해 역사의 지평에 재등장하게 된 인물은 1930년대에 활동하였던 여성작가 임순득이다. 이상경에 따르면 임순득은 근대 한국의 여성문학 역사 속에서 제 3세대 작가로 분류될 수 있다. 즉 그녀는 남성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난 독립적 여성상을 그렸던 제 1세대 작가 나혜석, 여성해방을 계급해방과 연관시켜 모색했던 제 2세대 작가 강경애와 달리 여성해방을 식민지라는 조건과 연관시켰던 제 3세대 작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텍스트에는 권은선의 「호스티스 멜로드라마 속 여성의 질명과 생체정치」와 김경미의 「일본에서 살해된 한국 성노동자의 죽음과 국경을 가로지르는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두 개의 글을 실었다. 전자의 글에서 권은선은 70년대 대표적인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인 <별들의 고향>을 분석하면서 여성의 몸을 질병과 연관시켜 두려운 것 혹은 비체로 만들었던 생체정치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김경미의 글은 일본에서 성노동을 하다가 살해된 채 발견된 정희정(가명) 사건의 맥락을 분석하고 있다. 김경미에 따르면 잔인한 그녀의 죽음이 철저하게 무시된 이유는 성노동이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미의 이러한 입장은 앞에서 이하영이 제시한 한국사회의 성매매 문제 지형도 속에서 분석될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이번 호는 모두 세 권의 책에 대한 주제서평을 싣고 있다. 허윤은 본격적인 여성문학 이론서라고 할 수 있는 리타펠스키의 『페미니즘 이후의 문학』에 대한 서평을 투고해 주었다. 허윤에 따르면 이 책은 독자, 저자, 플롯, 가치라는 네 요소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도출된 여성문학을 정리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여성문학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황희선은 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의 『어머니의 탄생: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을 소개한다. 황희선에 따르면 이 책은 생물학의 흥미로운 결과들 뿐 아니라 모성과 관련된 놀랍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 세부의 미를 잃지 않고 솜씨 좋게 집대성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황희선은 진화생물학에서 보는 신체가 어떤 역사와 어떤 사회구조의 체현물인가가 좀 더 상세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코멘트를 개진한다. 한편, 조주현의 『벌거벗은 생명』에 대한 서평에서 조주영은 이 책이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시대에 페미니즘이 무엇보다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바로 생명정치라는 점을 지적해주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페미니즘이 처한 위치를 살피고 여성학과 여성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는 특집기획 주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두 개의 성 소수자 관련 단체에 대한 리포트를 실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즐거운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의 필자 홀릭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소개한다. 홀릭에 의하면 이 센터는 동성애자, 이반, 양성애자, 성전환자,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퀴어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서 “성적 소수자”를 제안하였으며 편견과 차별 억압에 의해 대상화되었던 성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호모포비아에 대항하는 활동을 벌이고자 한다. 이와 함께 홀릭은 이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마지막 리포트 「조금씩, 느리게, 호모포비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따르면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레즈비언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들을 축적해 공유하기 위해서 상담이라는 전문영역을 구축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레즈비언상담소는 레즈비언 전문 상담원 양성교육과 가족/지인 및 예비/현직 교사 맞춤강좌 등을 마련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저자 소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 여성들의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문화를 만들며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새로운 시대의 이론적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목차

 <기획특집> 한국사회 성정치의 쟁점과 전망
한국 사회 LGBT의 성적 시민권-비판과 전망_토리
한․일 강제병합 100년’과 양국 게이 남성들의 마주침_원근
규범이라는 젠더, 젠더라는 불안: 트랜스/페미니즘을 모색하는 메모, 세 번째_루인
양성애/여성 주체의 등장, 무엇을 말할 것인가?_박이은실
페미니즘의 퀴어이론_애너매리 야고스

논문
“당신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2004년 이후 한국의 ‘성매매’ 운동의 지형도 읽기_이하영

여성이론가
내 영혼의 엄마, 페미니스트 시인 오드리 로드_유숙열

되살아나는 여성
임순득, 1930년대의 새로운 여성들을 만나는 창_이상경

문화/텍스트
호스티스 멜로드라마 속 여성의 질병과 생체정치: <별들의 고향>을 중심으로_권은선
일본에서 살해된 한국 성노동자의 죽음과 국경을 가로지르는 침묵의 카르텔_김경미

서평
이중적 시각으로 바라본 여성문학- 리타 펠스키, 『페미니즘 이후의 문학』(여이연, 2010)._허윤
모성의 (비)자연사: 모성의 생물학과 모성의 사회학- 세라 블래퍼 허디, 『어머니의 탄생: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사이언스북스, 2010)_황희선
이해를 넘어 공감을, 배려와 함께 인정을- 조주현, 『벌거벗은 생명』(또하나의문화, 2009)_조주영

리포트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즐거운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_홀릭
조금씩. 느리게. 호모포비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기록_한국레즈비언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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