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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단행본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신분석세미나팀, 임옥희, 신주진, 이해진, 김남이 여이연
2016.10.07 페이지 271 ISBN 9788991729308 판형 규격외 변형

 책 소개

● 출간 의의

최근 들어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의 부활은 여성혐오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여성혐오, 여성살해, 메갈리아, 일베 현상과 마주하면서 선명하고 분리주의적인 젠더 전선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 한 세대 전 급진적 페미니즘이 성전쟁을 주도했던 시절과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그런 반복은 차이 지점을 노출한다. 젠더정체성을 해체하는 데서 정치성을 추구하고, 정체성이 아니라 ‘차이’, ‘사이’, ‘경계’, ‘다수성’, ‘분열’을 강조하는 시대에 벌어진 ‘성’전쟁은 젠더권력의 불균형과 비대칭성에서 초래된 것처럼 보인다. 포스트 페미니즘은 젠더 허물기에 주력했지만, 그런 허물기가 젠더 사이의 권력불균형과 비대칭성을 허물어내는 데는 사실상 무력했다. 그러다보니 여성행위주체의 실체를 상정하는 것을 두고 벌어진 소모적인 본질주의 논쟁과는 별도로, 다른 한편에서는 강력한 여성행위주체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이 있었던 셈이다.

 

역사가 증명했다시피 젠더 관계의 비대칭성과 불균형성을 계급관계로 환원하는 것은 설득력을 상실해왔다. 권력관계는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트라는 단순한 형태로 드러나지 않는다. 계급적 도식은 다양한 형태의 권력관계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정치적 압제oppression에 의한 지배와 복종뿐만 아니라 심리적 억압repression에 따른 사도마조히즘 혹은 권력의 갑을 관계 또한 우리의 자아 형성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권력은 도처에 편재해 있고, 그런 만큼 유동적인 관계 속에서 인정과 부정의 변증법을 통해 형성되는 비대칭적 권력관계를 분석하려면 사이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젠더 권력관계의 비대칭성과 불균형성을 이해하는 데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은 여전히 유효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이 쉽사리 잊힌 데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마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이트를 재해석한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이 한국사회에서 갑작스럽게 유행한 탓도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유령이 된 맑시즘 대신 현란한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은 학계의 이론적 블루칩이 되었다. 지난 10년 사이 서구 정신분석학에서 백 년 동안 전개해온 이론과 이야기들이 압축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다보니 프로이트/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분석하려고 했던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의 도전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의 도전은 지나치게 소박하거나 아니면 탈정치적인 것으로 무시되어버렸다. 무엇보다 그런 이론들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정신분석과 무엇을, 어떻게 협상하고 있는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왜 이들은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처럼 정신분석학과 깔끔하게 결별하지 않으면서, 애증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가?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은 어떤 이론적 이해관계가 있는가? 정신분석은 페미니즘에 살모충동을 느끼고, 페미니즘은 정신분석학에 살부충동을 느끼면서도 두 이론이 서로 협상하고 공모하면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반목과 갈등에서 페미니즘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꼼꼼히 살펴보려는 것이 이 책을 기획한 의도의 하나이기도 하다.

 

● 책의 내용

이 책은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정신분석학자인 줄리엣 미첼, 대상관계이론에 주목하여 여성주체의 가능성을 탐색하려고 했던 멜라니 클라인, 캐롤 길리건, 제시카 벤자민, 성차에 주목한 성차의 페미니스트로서 줄리아 크리스테바, 이리가레, 그리고 젠더수행성으로 잘 알려진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다룬다. 맑시즘과 정신분석학을 연결시키려 했던 줄리엣 미첼과 같은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그 당시 돌파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이리가레가 보여주는 미메시스 이론은 메갈리아의 미러링에 어떤 설명을 제공해줄 수 있는가? 대상관계이론은 어머니의 전능성을 가지고 무엇을 추구하려고 했는가? 제시카 벤자민이 말하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은 갑을 관계의 사도마조히즘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자유가 아니라 지배를, 독립이 아니라 복종을 원하는 심리가 사회관계 속에서 어떻게 여성과 남성을 형성하는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수행성과 동성애우울과 같은 정동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젠더형성과정에서 혐오, 사랑, 증오, 슬픔과 같은 감정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책에서 언급한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제기하고 대화함으로써 어떤 출구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장은 줄리엣 미첼을 다룬다. 동일성과 보편성, 총체성을 강조하는 줄리엣 미첼의 ‘친남성적(?)’ 이론 성향은 페미니즘 안에서 그녀의 입지를 어렵게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첼은 우리나라 페미니즘계에 그리 널리 알려지지도,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다. 그녀의 초기 저서인 <<여성의 지위Woman's Estate>>가 번역된 이후에도 그녀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인 <<정신분석과 페미니즘Psychoanalysis and Feminism>>은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동기간:성과 폭력Siblings: Sex and Violence>>이 번역되어 알려지면서 필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미첼 이론에서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과 페미니즘이 한데 엮여 그려내는 매우 불안정하지만 역동적인 삼각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1장에서는 줄리엣 미첼의 대표 저서 세 권을 중심으로 그 이론적 궤적을 간략하게 그려본다.

 

2장은 캐롤 길리건을 소개한다. 길리건의 연구는 도덕적 성숙의 기준은 권리의 평등, 정의의 영역뿐인가에 주목하였다. 지금까지 남성에게는 권리, 정의, 평등의 개념을 강조해왔고, 여성에게는 배려, 사랑, 보살핌을 강조해왔다면, 남성의 관점으로 여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것은 아닐까?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길리건은 ‘보살핌의 관점care perspective을 인간 보편의 기준으로 하면 왜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여성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부당한 착취와 희생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보살핌의 원리를 ‘도덕적 판단의 보편적 원리’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롤 길리건이 이러한 관점으로기 당대의 이슈들과 어떻게 대결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2장의 내용이다.

 

3장은 프로이트의 아버지 중심주의를 혁신적으로 수정하며 어머니의 계보학으로 다시 쓴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을 다룬다. 클라인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정신분석 방법을 통해 프로이트가 간과한 생후 1년 동안 어머니와 아이 사이 애착관계가 주체 형성과정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 동학을 분석하여 아이의 심리 발달에 미치는 어머니의 영향력을 재발견하였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프로이트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전-오이디푸스 단계에서의 어머니의 역할과 위상을 확인함으로써 주체화의 무게중심을 아버지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이동하였다. 이 장에서는 클라인의 시각을 통해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 의 자전적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1983)와 영화 <블랙 스완>(2010,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 감독) 속의 모녀 관계가 담고 있는 이야기, 자식의 주체화를 방해하는 모성권력에 대한 딸들의 대응양식과 길항관계를 통해 우리는 클라인의 어머니와 아이 사이 주체화를 둘러싼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4장은 제시카 벤자민이다. 벤자민은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의 매개항으로서 헤겔철학을 동원한다. 헤겔철학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지배와 복종, 인정과 부정, 상호주체성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전유함으로써 가부장적인 정신분석학이냐, 아니면 급진적인 페미니즘이냐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급진적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시카 벤자민의 노력은 벼슬을 세우고 으스대는 수탉의 목을 치지 않고 어쨌거나 품어 안는 암탉처럼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거세하는 아버지 자리에 거세하는 여성을 앉히는 것은 성별 위계구조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복종을 합리화하는 남성주인담론으로서 정신분석학을 파괴하면 여성 주체가 쉽사리 재탄생할 것 같지만, 제시카 벤자민이 보기에 그런 공격성은 여성들의 심리적 현실을 외면하는 관념적 급진성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젠더양극화 시대에 이르러, 정신분석학/페미니즘, 남성/여성 양자 사이에 상호파괴가 아니라 상호인정 가능성을 모색한 제시카 벤자민을 만나보자.

 

5장에서는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다루며, 그녀의 주체형성의 문제를 중심에 둔다. 이를 위해서 크리스테바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라캉의 정신분석학적 주체 이론과 그녀의 이론이 어떤 방식으로 교차되고 내파되는지 직접 비교해본다. 그에 따라 우선 주체의 구조적 구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라캉의 세 계order(상징계the Symbolic, 상상계the Imaginary, 실재the Real)에 대해 살펴보고 이것이 어떻게 크리스테바에 의해 비판되고 수정되는지를 주목해 본다.

6장은 뤼스 이리가레를 소개한다. 이리가레는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해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구조의 발생과 속성을 심문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구조를 변혁시키는 것을 자신의 철학 목표로 삼는다. 주체를 구성하는 구조의 발생과 속성을 심문함으로써 그 구조의 허약함과 남성중심적 속성을 드러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리가레는 정신분석학의 심연을 정신분석한 것이다. 6장은 그녀가 어떻게 가부장제의 증상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을 분석하는지를 보여준다.

 

7장은 주디스 버틀러를 다룬다. 버틀러가 정신분석학의 문제점으로 제기한 부분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조망되어야 할지를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버틀러는 페미니즘 비평이 남성적 의미화 경제의 전체화된 주장도 탐구해야 하지만, 페미니즘 자체의 전체화 동향에 대해서도 자기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장은 페미니즘의 전체화 동향에 대한 비판에 앞서 정신분석 이론의 남성중심적 의미화 경제는 무엇인지를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저자 소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신분석세미나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세미나 모임으로 1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다양한 전공과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프로이트, 클라인, 라캉 등 정신분석학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 사회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울러 함께 공부하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벌어지는 중구난방의 수다떨기가 가장 큰 특징이다. 

임옥희
2000년부터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신분석 세미나 팀에서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가늘고 길게 지루하지만 소란스럽게 공부해오고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가르치고 있다. 저서 <<주디스 버틀러 읽기>>,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타자로서의 서구>>, <<발레하는 남자, 권투하는 여자>>, <<젠더 감정 정치>> 등이 있다. 

신주진
10년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신분석세미나팀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텔레비전 드라마 비평과 연구를 같이 하고 있다. 페미니즘과 정신분석을 대중문화 비평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해진
철학에서 여성학으로의 전향을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여성주의 공부를 제일 ‘재미있는 놀이’로 삼고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신분석세미나팀에 참여하고 있다. 

김남이
미학을 전공하고 글을 쓰며 강의한다. 예술을 통해 미학과 윤리학, 미학과 정치학의 불화와 접점을 연구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예술가들과 함께 기획하고 도모하는 일들에서 행복을 느끼는 여느 여자이다.

조현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저서로 <<젠더는 패러디다>>,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등이 있으며,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젠더 허물기>>를 번역하였다.
 
 목차
1장
줄리엣 미첼-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넘어

2장
캐롤 길리건-다른 목소리로 저항에 합류하기

3장
멜라니 클라인-어머니라는 수수께끼 

4장
제시카 벤자민-지배, 인정, 상호주체성

5장
줄리아 크리스테바-모성: 정신분석적 주체의 숨은 대륙

6장
뤼스 이리가레-정신분석학을 정신분석하다 

7장
주디스 버틀러-젠더 계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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