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바바라 크리드 | 역자 손희정 | 여이연 | 2017.06.23
페이지 340 | ISBN 9788991729315 | 판형 규격외 변형
책 소개 | ||
<출간 의의> 때는 2000년대 초반. 1997년 <여고괴담>을 필두로 열렸던 한국공포영화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성괴물이 주류를 이루었던 할리우드 공포영화와 달리, 한국 공포영화의 주된 괴물은 전통적으로 여성괴물이었다. 이 특수성을 이해하고 싶었던 나는 “여성이 괴물이 되는 사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성괴물’이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혐오의 대상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여성혐오 문화가 여성을 비천한 것이자 괴물로서 만들어내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었고, ‘어머니’와 ‘처녀귀신’, ‘된장녀’, ‘맘충’ 등 이 사회가 여성을 중심으로 만들어 내는 다양한 이미지들 사이의 어떤 공통된 인식의 지반을 벼려낼 수 있는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이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 바로 페미니스트 영화이론가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이었고, 기실 이 작업을 통해 할리우드의 핵심 괴물이 ‘단지’ 남성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자 후기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은 광장의 언어를 다시 쓰고 있다. 그것은 더 이상 괴물이나 유령의 형태가 아니라 시민의 얼굴로서 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동안 페미니즘은 ‘미친년의 언어’를 아버지의 법과 언어에 균열을 내고 그것을 교란할 수 있는 저항의 언어로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리드가 가부장제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에 복무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인용하고 있는 브레넌의 논의는 다시 주목해 볼만하다.
“만약 우리가 가부장제적이지 않은 상징계를 상상할 수 있다면, 정신병이 상징계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 아니다.”
크리드가 재차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문제는 오히려 가부장제를 자연으로 생각하고, 그것의 외부는 없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그것의 외부를 상상하는 것에 언제나 실패하는 것 자체일 지도 모른다. 가부장제는 필연이 아니라 매우 우연한 상황의 조합 끝에 이 세상에 도달한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그야말로 가장 우발적인 성체계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 언어의 가부장성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재창조해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징체계인 언어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제 비명이나 유령의 언어로 말할 것이 아니라, 다른 소통 가능한 언어로 말하는 방법을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언어를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통해 언어의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일 터다.
가부장제는 오랜 시간 여성을 ‘괴물’이자 ‘유령’으로 만들어왔다. 그것이 여성에게서 ‘언어’를 박탈해 온 역사이기도 했다. 역자는 개정판을 만나게 될 독자들이 크리드의 비평을 통해 ‘우리는 언어를 통해 시민으로 존재해야 할 때’라는 통찰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한다.
<책의 내용> 바바라 크리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던 여성괴물을 설명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의 방법론을 경유한다. 책의 1부에서 크리드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비체’ 개념을 통해 여성괴물성을 추적했다. 크리드에 따르면 공포영화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면에서 ‘비체화의 묘사’로 이해될 수 있다. 우선 공포영화는 즉 피, 토사, 타액 등의 육체적 배설물에 버무려진 온전하거나 절단된 시체들과 같은 비체적 이미지로 넘쳐난다. 두 번째로는 공포영화에서 등장하는 괴물성은 인간과 비인간, 선한 것과 악한 것, 젠더 역할의 경계 등 모든 경계를 허물고 위협한다. 마지막으로 공포영화들은 모성 이미지를 혐오스러운 것으로 구성한다. 그런데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이런 모든 ‘비체적’인 것들은 월경, 배변훈련, 주체가 확립되기 이전의 어머니와의 합일의 단계 등 어머니의 재생산성과 연결되어 있다. 가부장적 공포영화는 ‘어머니의 권위(비체)’와 ‘아버지의 법(주체)’ 사이에 대립구조를 형성하면서 아버지의 질서에서 떨어져 나와 어머니와의 합일의 단계, 주체가 형성되기 이전의 혼란의 단계로 돌아갈 지도 모른다는 ‘기괴함/공포의 감정’을 선사한다. 여기에서 여성의 어머니로서의 기능, 즉 재생산성은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런 접근을 통해 <에이리언>, <엑소시스트>, <브루드>, <캐리>, 그리고 <악마의 키스>와 같은 작품들이 분석된다.
책의 2부는 프로이트의 거세 이론을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로이트의 「다섯 살바기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에 등장하는 꼬마 한스의 사례를 재독해 하면서 크리드는 한스에게 거세 위협을 가했던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실제로 그 위협을 입에 담았고 ‘피흘리는/물어뜯는 신비로운 고추’를 가진 몸 자체가 거세하겠다고 위협하는 그의 어머니였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크리드는 여성은 거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거세하기 때문에 두려운 존재가 되며, 이런 거세 공포 속에서 소년은 어머니에게 소급적으로 페니스를 부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크리드는 이 논의를 통해 이런 남성들의 판타지가 거세하는 여성, 그리고 남근적인 어머니라는 여성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거세하는 여성, 팜므 카스트리스가 등장하는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자매들>, 그리고 남근적인 어머니가 등장하는 <사이코>가 이 맥락 안에서 재독해 된다. 이렇게 크리드는 크리스테바의 ‘비체’ 이론에 기대고 프로이트의 거세 이론을 비판하면서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했던 여성괴물을 언어화한다. 그 순간 여성괴물이 내포하는 억압의 징후를 포착하고 또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등장하며, 동시에 그 안에서 어떤 위반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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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
바바라 크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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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
[1부 여성괴물의 얼굴:아브젝션과 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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