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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단행본

퍼포먼스, 몸의 정치

저자 김주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13.09.12

페이지 312 ISBN 9788991729278 판형 A5, 148*210mm

 

 책 소개

이 책은 미술계에서 비평과 토론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미술에 관심을 가진 대중들의 이해를 돕고 현장을 격려할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1부는 미술관 안에서 벌어진 동일한 퍼포먼스에 대해 필진이 각자 비평문을 작성하고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하는 릴레이 비평으로 구성하였다. 필진은 ‘기조 비평-답비평-반박비평-재반박 비평’에 이르는 토론 릴레이를 통해 미술계 안에서 비평가 그룹의 역할을 반성하고 의의와 사명을 되새기고자 하였다.

2부는 미술관 밖에서 벌어진 퍼포먼스에 대해 필진이 함께 핵심 논제들을 나누고 각 부분을 나눠 작성한 비평문들을 담았다. 즉, 각 글은 개별 비평문이면서도 일종의 연작으로서 공동 비평문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필진은 동시적으로 서로의 글을 참조하였다. 자신의 최종 결론을 위해 서로의 글을 논거로 활용한 것이다. 또한 2부 후반부에 실린 ‘도전과 응답’에서는 각 비평문에 대한 대중들의 토론에 필진이 응답하고 후속 토론을 이어감으로써 미술 영역을 넘어 비평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이 미술 비평의 주체로 들어왔고 비평의 하위 논제는 더 풍성해졌다. 공동 비평문과 대중과의 토론을 통해 미술계 안/-밖 협동 작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부는 현장비평과 메타비평의 만남을 위한 것이다. 현장비평가들이 이론 용어들을 수사로 차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도 깊은 탐구를 통해 비평 용어로 발전시켜야 하듯이, 미학자들 역시 발로 뛰며 현장을 배우고 비평가들의 성과를 진지하게 반영해야 한다. 비평이 하나의 의견(opinion)이 아니라 예술가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정당화된 주장(justified claim)’이 되려면 미학 이론은 논거(backing)가 되어 논증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학 탐구에서 현장의 구체적 사례와 비평은 내적 구성요소이다. 이 책을 계기로 필진은 현장비평과 메타비평이 만나는 다양한 모델을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더 많은 비평가 그룹이 나타나 학제 간 협동 작업이 활성화되고 그 실질적 성과가 이론과 현장 모두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이 책의 형식에 대해 설명했다. 메타비평과 현장비평의 협동 작업, 그리고 미술계 안/-밖의 비평과 후속 토론이 이 책의 형식이라면, 비평의 내용으로 삼은 장르는 퍼포먼스이고 방법론은 페미니즘 미학이다. 1부에서는 2000년대 대중과 언론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김홍석의 <Post 1945> (일명 ‘창녀 찾기’ 퍼포먼스, 2008)를, 2부에서는 ‘나꼼수 지지자들의 SNS 비키니 시위-논쟁 퍼포먼스’ (일명 ‘가슴 찾기’ 퍼포먼스, 2012)를 다룬다.

한국에서 퍼포먼스는 1960대 후반에 등장하였고 해프닝과 이벤트를 하위 장르로 포함하며 1970년대에 활발하게 수행되었다. 그러나 이후 퍼포먼스는 과도한 실험성만을 목표로 하면서 그 장르적 가능성이 너무 빨리 소진되어 버렸다. 결국 그 이후의 간헐적 퍼포먼스는 미술계 안/-밖에서 빨리 주목받기 원하는 작가들에 의해 도구적으로 채택되었을 뿐, 실천적인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퍼포먼스에 대한 이론이나 비평 역시 진전되지 못했다.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퍼포먼스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들이 거의 없으며, 또한 이에 대한 비평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믹스트 장르와 믹스트 미디어를 활용한 가상의/라이브 퍼포먼스를 실험적으로 매진하는 작가들이 재/등장하고 있으며, 웹이나 SNS에서 대중들의 다각적인 문화-정치 퍼포먼스도 부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퍼포먼스를 미술 내부에서뿐 아니라, 대중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그것으로부터 현실에 적용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모두 퍼포먼스로 보고, 미술관 안/-밖 퍼포먼스의 이론과 비평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두 퍼포먼스에 대한 비평과 토론을 전개하면서 ‘미술관 안/-밖’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도 논의한다.

 1부와 2부에서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두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많았고, 특히 미술계 밖의 문화 비평가들과 대중 논객들이 활발하게 토론을 펼쳤다. 또한 두 퍼포먼스 모두 첫 번째 퍼포먼스 이후 다른 대중들에 의해 후속 퍼포먼스로 이어졌다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미술계의 비평가 한 명만이 두 퍼포먼스 중 전자에 대해서만 글을 썼을 뿐이다. 그는 퍼포먼스라고 하는 장르 고유의 특성을 논의하지 않으며 젠더와 성노동에 대한 분석이나 윤리학과 정치학의 상호 함의도 세밀하게 도 다루지 않는다. 아직도 모더니즘 미학이 전통적 장르를 다루는 방식으로 미술의 자율성, 실험성, 심미성을 옹호할 뿐이다.

이 책의 필진은 퍼포먼스라는 미술의 새로운 형식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동시에 페미니즘 미학을 비평의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필진은 동일한 비평관을 가진 집단이 아니며,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입장에 서있다. 어떤 이는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이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거나 적극적인 반페미니스트로서, 또 어떤 이는 심미주의자로서, 어떤 이는 다원주의자로서 비평의 핵심 대상에 의견을 달리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비평과 토론에서 두 퍼포먼스의 성별 이슈가 어떻게 작품의 가치에 개입하는지를 논의한다. 즉,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부정적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비평의 방법론으로 재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 여기 대중들의 문화적 페미니즘과 ‘이미 페미니즘 예술과 미학은 끝났다’고 선언한 미술계의 지배적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미학적, 문화적, 정치적 실천으로서 페미니즘의 유효성을 가늠한다.

또한 3부에서는 세 편의 비평 미학 이론을 ‘페미니즘 비평 이론 찾기’로 묶었다. 이 세 글은 작품의 의도와 해석적 주체, 퍼포먼스의 존재론, 다원주의 비평론을 각기 탐구하면서 포스트시대에서 성별 정치학, 곧 페미니즘을 비판적 다원주의의 핵심적 요소로 고려하고, 그것이 구체적인 퍼포먼스에 대한 비평에서 분석과 평가의 기준이 되는 이유를 제시한다. 1, 2부의 비평문이 분석과 평가의 기준으로 삼은 비평 이론을 3부의 글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김주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과 페미니즘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의 주된 관심은 후기분석 미학의 예술 존재론이며, 메타비평과 현장비평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교수이다. 저서로는 『생각의 힘: 비판적 사고와 토론』(아카넷, 2012), 『외모꾸미기미학과 페미니즘』(책세상, 2009), 『여성주의 미학과 예술작품의 존재론: 한국 현대 여성 미술을 중심으로』(아트북스, 2009) 등이 있으며, 『미학의 모든 것』(북코리아, 2013),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여성들』(또하나의 문화, 2000)을 공역했다. 「포스트예술시대의 미학과 비평」(2013), 「멧칼프의 분리주의 ‘공예’ 개념」(2013), 「반키치론 비판」(2012), 「살림공예와 미적 평가론」(2012)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고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에서 서양 고전 미술을 전공했다. 현재 17세기 바로크미술을 공부하며 벨라스케스 작품의 다층적 해석론에 대한 논문을 집필 중이다. Gallery175에서 오스트리아 작가 Stefan Tiefengraber와 함께 'TO WHOM IT MAY CONCERN'전을 기획했다.

김선영
호주 멜버른 대학교 School of Creative Arts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에서 「신문사진의 등장과 한국 근대대중의 출현: 1910년대 『매일신보』 군중사진을 중심으로」로 전문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시절, 상이한 문화권간에 중첩과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단편영화, 전시, 연극 등 다양한 예술형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특별히 영상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성장과 함께 변화해 온 이미지 소통방법, 동시대 사회상과 영상문화 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가현문화재단 산하 한미사진미술관에서 학예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슬기
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퍼포먼스를 포함해 특히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을 고민한다.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근무했고, 현재는 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극과 관련된 다양한 출판물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공연 드라마터그를 비롯해 각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오경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Gallery175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였다. 「민중미술의 성별화된 민중 주체성: 1980년대 후반의 걸개그림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을 졸업하였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미술사와 동시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예술 활동에 주목하고 있으며, 페미니즘 비평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비평문으로는 「홍성담을 지지하기에 <골든타임>을 비판한다」(2013)가 있다.

비평공장 103은
논증적 글쓰기로서 비평을 고민하던 미술, 사진, 연극 비평가가 모여 현장비평과 메타비평을 연구하는 비평가 집단으로 2010년 여름에 결정되었다. ‘공장’은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탈전유한 의미로 천재적 영감과 권위를 내세운 신비로운 '비평가 ' 개념에 도전한다. 누구든지 비판적 사고와 실천적 추리, 그리고 읽고 쓰고 말하고 듣기의 방법을 배우면 자신의 예술 경험을 전달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으며, 이러한 훈련을 거친 전업비평가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또한 ‘103’은 이들이 수시로 함께 모여 토론하는 모처의 방 호수이다. 
 
 목차
서문: 비평가 찾기 •김주현•

1부 미술관 안 퍼포먼스: 김홍석의 ‘창녀 찾기’

서론: 릴레이 토론 •김주현
기조비평 1: 퍼포먼스 의 윤리 검증, 신뢰할 수 있을까? •오경미
기조비평 2: 퍼포먼스 의 ‘윤리 검증’, 실패했는가? •김선영
답비평 1: 상처뿐인 퍼포먼스 •고은진
답비평 2: , 퍼포먼스로 읽어내기 •김슬기
반박비평 1: 여전히 믿을 수 없다 •오경미
반박비평 2: 상처 주는 예술? 상처받은 작가 •김선영
재반박비평 1: 끝나지 않는 논의들 •고은진
재반박비평 2: 퍼포먼스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한다 •김슬기

2부 미술관 밖 퍼포먼스: 나꼼수의 ‘가슴 찾기’

서론: 공동 비평문과 대중 토론 •김주현
페미니스트의 비키니 시위는 유효한가? •고은진
나꼼수 비키니 시위 논쟁, 이렇게 끝나도 될까? •오경미
누가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걱정하는가? •김주현

도전과 응답 1 비키니 시위의 위치 찾기 •고은진
도전과 응답 2 비키니 시위 여성들에 대한 오해와 이해 •오경미
도전과 응답 3 유사/일부일처제의 성적 퍼포먼스 •김주현


3부 미학 교실: 페미니즘 비평 이론 찾기 •김주현 

서론: 현장비평과 메타비평의 만남 
행위로서의 예술과 맥락의 관계주의 
작품의 의도와 해석: 실재 주체, 내포적 주체, 가설적 주체 
미적 범주로서의 성차와 작품의 다원적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