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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

[제37회 콜로키움]: 이슬람 문화와 젠더

제 37회 콜로키움: 이슬람 문화와 젠더


 

일시: 2009년 3월 18일 오후 7시, 연구소

발표자: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우리가 이슬람 여성을 떠올리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베일을 쓴 여성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르카를 뒤집어 쓴 여성은 사뭇 삼엄하고 억압적으로 보이거나 까만 차도르 속의 여성은 유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슬람 여성들이 착용하는 베일은 여성들의 복장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을 상징하는 기호이자 정체성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과 더불어 이슬람 여성들이 착용하는 베일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구성된 서구 사회에서 무슬림 이민자들과 서구인들과의 갈등은 여성들의 베일 착용을 둘러싸고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것은 여성들의 베일착용을 통해 이슬람 공동체를 드러내려고 하는 공동체의 가부장적인 욕망과 서구사회의 제국주의적인 욕망이 충돌하고 마찰을 빚어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서구적 시선은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베일을 착용하는 것에 대해서 인권억압이라는 잣대로 비난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탈레반 정권을 몰아낸 미국이 가장 먼저 행했던 일은 여성들의 베일을 ‘벗기는’ 일이었다. 베일을 벗기는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땅에 민주화와 해방을 가져왔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다. 탈레반 정권 당시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적용을 통해 피해를 받아왔던 여성들은 베일을 벗었다고 해서 우리에게 해방이 온 것은 아니라며 울부짖었다. 반면에 여성들의 베일 착용이 여성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경우 이슬람 가부장 사회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베일착용을 원했음을 강하게 주장한다. 
 이렇듯 이슬람 여성의 베일착용은 서구제국주의와 이슬람 사회의 가부장제, 그리고 국가나 민족, 종교가 혼합적으로 어우러진 문화공동체의 역학관계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게 되며, 저항과 투쟁, 그리고 권력과 공존의 전략을 은밀하게 내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슬람 여성의 베일착용은 지구적 틀에서 지역의 여성문제를 검토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주제이다. 더불어 지구성과 지역성을 제대로 교차시키는 페미니즘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탈식민 페미니즘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발표에서는 베일의 기원과 베일이 이슬람과 더불어 제도화된 과정, 그리고 국가와 종교 등의 문화공동체로 인해 베일의 페티시즘화, 마지막으로 가부장 권력의 환상의 메커니즘과 베일의 관계 등에 대해 고찰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