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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단행본

家와 여성-18세기 여성 생활과 문화

저자 김경미 여이연 2012.11.27

페이지 319 ISBN 9788991729254 판형 A5, 148*210mm

 책 소개

이 책은 가(家)를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여성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위계화 되었으며, 여성들은 그러한 배치와 위계에 어떻게 틈을 만들어나갔는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핀 것이다. 대상 시기를 18세기로 한 것은 17세기부터 강화되기 시작한다는 종법제와 숙종 대에서 영조 대에 이르는 18세기의 전환기적 면모가 여성의 존재방식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8세기는 실학이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하고 이른바 북학파로 불리는 일군의 새로운 지식인들이 등장했으며, 중인들을 중심으로 한 여항문화가 꽃피었던 시대이다. 따라서 여성들의 삶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18세기에는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규방가사나 장편가문소설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문화가 성행했으며, 김호연재, 임윤지당과 같은 여성 지식인들의 글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의유당 의령 남씨의 경우에서 보듯 규방 밖으로 시선을 향한 여성의 여행기가 창작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남편이 죽으면 따라죽는 열녀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양반사회의 경우, 과거를 통해 관료로 진출하지 못한 양반들이 늘어나면서 양반사회 내부도 양극화되었다. 상층의 명문가와 이른바 몰락양반 사이의 양극화이다. 그 결과, 같은 양반여성이라 해도 그 존재방식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들과 여성사에 관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사실, 즉 17세기 이후 가문의식이 강화되고 장자 중심의 상속이 강화되며 그에 따라 여성의 지위는 낮아지게 되었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어떻게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열녀가 늘어나는 사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이것은 가부장제의 진행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양반 사회의 분화, 중인층의 부상에서 보듯이 같은 신분 내에서도 분화가 일어나는 현상들은 여성의 지위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로 그러한 변화들이 이루어지던 18세기 조선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이 책은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18세기 여성생활사를 보기 위한 방법론적 전제를 고민하면서 쓴 것이다. 가의 개념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조선시대 여성을 보는 데 지역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왜 18세기를 보는지 등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들을 담고 있다. 2장은 여성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다룬 장이다. 양반여성에 대한 내용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자료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관련 자료나 연구서를 찾을 수 있는 한 찾았다. 그러나 양반여성 이외에는 관련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서는 가족, 가문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어떻게 배치되었으며,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구체적인 실상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3장은 1장과 2장에서 다룬 내용들을 주제별로 나누어 본 것이다. 이 장을 좀 더 발전시키면 18세기 가부장제의 성격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여기서는 열(烈) 이데올로기와 관련한 유교적 여성 주체 형성의 문제, 혼례와 관련한 친영(親迎)의 시행 문제와 친정‧시집과의 거리, 글쓰기와 새로운 여성 주체 형성의 문제, 여성의 노동과 치산 등을 다루었다.

 

이 책은 한국의 가부장제가 어떻게 형성, 변화되었는지 그 역사적 경로를 탐색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 책에서는 그 탐색 경로를 개인 여성의 삶에서부터 찾기 시작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글로 완성하고 싶었으나 개인적으로도, 연구사적으로도 아직 그럴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필자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자료에서 그간 역사에서 누락된 여성들의 삶의 흔적을 보았듯이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18세기 조선 여성들의 흔적을 보게 되기를, 그리고 유교적 가부장제의 규율을 내면화하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흔적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김경미
이화여대 국문과에서 한국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이화인문과학원 HK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여성문화이론구소 연구원, 『여/성이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 『소설의 매혹』, 『19세기 소설사의 새로운 모색』, 『조선의 여성들』(공저)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금오신화』, 『19세기 서울의 사랑』(공역), 『17세기 여성생활사 자료집』1(공역), 『18세기 여성생활사 자료집』(공역) 등이 있다.
 
 목차
1장. 가와 여성, 그리고 18세기 
1. 가/가족/가문 2. 가례(家禮)의 실천과 여성에 대한 규율 
3. 경화부녀(京華婦女)와 향촌부녀(鄕村婦女) 
4. 18세기 가부장제와 여성의 지위에 대한 질문 

2장. 가족, 가문의 경계와 여성의 배치 
1. 부인 
2. 첩 
3. 서녀 
4. 유모 
5. 여종 

3장. 유교적 여성 주체와 균열 
1. 유교적 여성 주체의 형성과 내면화 과정 
2. 친영(親迎): 친정, 시집과의 거리 
3. 여성의 글쓰기와 새로운 주체 형성의 가능성 
4. 노동과 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