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이숙인 외(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엮음)
▪ 판형/쪽수: 국판 변형/364쪽
▪ 발행일: 2019년 11월 28일
▪ ISBN 978-89-91729-38-4 93300
▪ 책값: 20,000원
기획 취지
이 책은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여성들의 삶을 노동과 생산, 경험과 기억을 통해 되살려낸 것이다. 역사가 거다 러너(Gerda Lerner)가 말했듯 여성들은 남성들과 세계를 똑같이 공유해 왔다. 세계의 모든 경험의 반은 여성들의 것이며, 세계의 일과 생산물의 반은 여성들의 것이 다. 또 여성은 언제나 역사를 만들고, 살아있게 하고, 형태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여성의 경험과 시간은 남성의 렌즈를 통해 굴절되어 왔고, 많은 여성들의 경험은 누락되었다. 아직 여성의 노동과 생산, 경험과 기억을 온전히 담아낸 여성사는 기술되지 않고 있다. 여성사 기술은 멀고도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세계의 모든 경험의 반은 여성들의 것이지만, 그 경험의 대부분이 기록되지 않았거나 기록되었더라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때문이다. 여성의 역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거나 문자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자료들을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성사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작업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 책 역시 그간의 역사 기술에서 누락된 여성들을 발굴하고, 왜곡 평가된 여성들을 재평가한 것이다.
책의 내용
이 책에서 다룬 여성들은 고려시대 천추태후로부터 기녀, 유모, 궁녀, 공녀, 살인사건의 주인공, 노비로 팔려간 소녀들, 시인, 소설가, 여공, 항일운동가, 여학생, 카페 여급, 맑스걸, 자유부인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여기에는 그간의 역사 기록을 통해 잘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 더 많다. 또 개인 여성의 삶을 발굴, 재평가하기도 했지만, 기녀, 유모, 공녀, 노비로 팔린 소녀들, 여학생, 여공, 여성 독자와 같이 집단으로 존재한 여성들의 지위와 활동,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인물들을 분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의 행위를 중심으로 일하고, 글 쓰고, 다른 세상을 꿈꾸며 혼란의 시대를 살아내다 이렇게 네 부분으로 구성해 보았다. 일하는 여성들에서는 기생, 유모, 카페여급, 여공을 다루고 있다. “가부장제의 경계에 선 여성들, 기생”은 기생이 지배담론에 철저히 조율된 존재이면서 실은 이에서 이탈하는 역을 담당했음을 관기제도와 기생에 대한 시선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지금 다시 기생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조선시대 유모의 자격과 역할의 편린을 찾아서”는 유모를 ‘수유 주체’로 보고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유모의 존재 양상을 자료 추적을 통해 되살리고 있다. “노동과 유희의 경계: 식민지 시대 카페 여급”은 근대 도시공간의 새로운 성노동자였던 카페 여급을 섹슈얼리티와 관련하여 되살리고 있고, “1920·30년대 방직공업 ‛2여공’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은 1920, 1930년대 방직공업의 여공들을 당대의 제도나 노동 조건, 섹슈얼리티와 관련하여 분석하고 있다.
글을 쓴 여성들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시인 허난설헌, 대한제국 시기 신문의 여성독자, 소설가 강경애, 김명순, 1930년대 민족과 여성을 새롭게 사유한 작가 임순득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갈등하는 기억과 상상, 역사인물 허난설헌”은 허난설헌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당대 동인과 서인의 정치적 갈등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면서 재평가하고자 했고, “대한제국 여인들의 신문 읽기와 독자투고”는 독자 투고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냈던 신소당을 비롯한 여성 독자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단군신화 바깥에서 유랑하는 여성, 탄실 김명순”은 신여성으로 남성평론가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잊혀져간 김명순을 재해석하고, “타자의 삶 타자의 문학, 강경애”는 일생동안 소외된 민중들의 흩어져 있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했던 인간문제의 작가강경애를 재평가하고 있다. “1930년대의 새로운 여성들을 만나는 창, 임순득”은 식민지 조선을 “여성이 살아나가기 가장 어려운 땅”으로 규정하고 여성에게 씌워진 삼중의 억압 저편의 새로운 삶, 대안적 여성 주체를 꿈꾼 임순득을 재조명하고 있다.
다른 세상을 꿈꾼 여성들에는 궁녀 고대수, 일제강점기 맑스걸, 항일운동가 박차정, 조선의용대 여성 대원 이화림을 다루었다. “새 세상을 꿈꾼 궁녀 고대수”는 개화당에 참여하여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궁녀 고대수를 정치범으로 재조명하면서 중세에서 근대의 광장으로 뛰어든 극적인 인물로 재평가하고, 아울러 조선시대 궁녀의 정치적 위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 여성운동과 ‘맑스걸’”은 일제강점기 여성운동에서 맑스걸의 위치를 다루었고, “민족해방과 여성해방을 꿈꾸며 산화해간 민족운동가 박차정”은 항일투쟁전선에 뛰어들어 민족혁명당의 남경조선부녀회를 이끌고, 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 단장으로 여성해방을 외친 박차정의 삶을 되살려 내고 있다. 역시 조선의용대원이었던 이화림에 대한 글, “민족혁명전선의 불꽃, 조선의용대원이화림”도 공산주의사상을 받아들여 이를 민족운동의 이념으로 확신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삶의 역정을 그려내고 있다.
혼란의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에는 천추태후, 노비로 팔려간 소녀들, 공녀, 열녀, 여학생, 자유부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고려 최고 여성정치가 헌애왕태후 황보씨”는 고려 일대를 통해 가장 강력한 정치권력을 행사한 여성 정치가였으며, 우리 역사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명인 천추태후를 사료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재조명하고 있다. “조선 후기 노비로 팔려간 소녀들”은 조선시대 자매(自賣)라는 형식으로 부모를 위해 혹은 위력에 의해 노비로 팔려간 빈곤층 소녀들의 삶의 조건을 드러내고 있다. “변방 ‘국민’, 이등 ‘시민’: 공녀”는 고려와 조선이 바친 공녀의 실상을 이야기하면서, 변방의 존재로서의 여성의 위치를 제국과 식민의 관계로 이야기하고 있다. “유혹하는 몸과 정절의 경계, 김은애”는 정조(正祖)대 자신의 정절을 훼손한 사람을 살해한 여성 김은애를 성리학적 이데올로기와 여성적 정체성 및 자의식의 관계 속에서 해석하고 있다. “『학생』에 나타난 식민지 근대의 ‘여학생’”은 식민지 근대의 여학생에 대한 담론을 통해 식민지 교육이 식민지 여성을 이중적으로 주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1950년대 ‘자유부인’의 성정치”는 1950년대에 나온 영화 <자유부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여성 삶의 위반으로서의 ‘자유부인’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이 책은 고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개인 여성, 혹은 집단으로서의 여성을 되살려내고 있다.
다양한 필자들의 글이 모이다 보니 글의 구성이나 스타일이 조금씩 차이를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역사의 주름 속에 묻혀 있던 여성들을 발굴하거나, 혹은 왜곡되었던 여성들을 재평가면서 여성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책은 특히 역사적 존재로서의 개인도 중요하지만 여성공동체, 여성 집단을 주목하면서 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가부장적 가치를 어떻게 내면화하고 여기서 벗어나고자 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새로운 정의와 문화를, 새로운 삶의 형식을 만들어냈는가를 드러내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간 주목받지 못하고 주변화되었던 여성들에 대한 새로운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이 책이 갖는 미덕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저자 소개 (가나다 순)
강영심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제시기 독립운동사를 연구하였다. 이화사학연구소연구원 및 역사·여성·미래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어윤희, 김순애, 김마리아 등 여성독립운동가 및 여성인물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권순형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고려시대 여성사를 전공하였으며 저서로 고려의 혼인제와 여성의 삶, 함께 쓴 책으로 글로벌시대에 읽는 한국여성사, 한국여성사연구 70년, 한국여성사 깊이읽기, 몸으로 보는 한국여성사 등이 있다.
김경미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여/성이론 편집주간, 여성문화이론연구소대표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임윤지당 평전, 家와 여성 등이 있고 역서로 여자, 글로 말하다: 자기록, 19세기 서울의 사랑: 절화기담, 포의교집 등이 있다.
문영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근현대 한국 소설과 작가를 연구하고 있다. 관심분야는 주부들과 함께 소설 읽기이다.
박경
조선시대 사회사 연구자로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가족관계, 신분, 사법 행정, 형률 체계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법 제정과 적용 과정에서의 ‘인간’과‘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미선
전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朝鮮時代 國婚儀禮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애경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조선 후기 시조의 통속화 과정과 그 양상을 추적한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통과 근대, 여성의 생활문화와 문화적 실천 방식, 대중음악에 대해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서지영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 강사로 재직 중이며, 젠더와 식민지 모더니티, 역사 속 소수자집단에 대한 문화적 재현 등이 주된 연구 테마이다. 저서로 경성의 모던걸, 역사에 사랑을 묻다 등이 있다.
유승희
연세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미궁에 빠진 조선, 민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가 있고 주요 연구로는 「조선후기 형사법상의 젠더 인식과 여성 범죄의 실태」, 「19세기여성관련 범죄에 나타난 갈등양상과 사회적 특성」 등 다수가 있다.
윤선자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했으며, 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독립을 위해 하늘을 날았던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 권기옥 등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독립운동사에 관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이경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바리공주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여성문학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상경
1982년 국문과 대학원에서 강경애 작가를 처음 만나면서 여성작가를 배제한 기존의 문학사 서술에 분노하고 여성문학연구를 시작했다. 나혜석, 강경애, 임순득 작가에 대한 연구서와 전집을 펴냈다. 현재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숙인
유교사상과 페미니즘을 접목시켜 그 이론과 역사를 읽어내는 작업을 해왔고, 최근에는 다양한 사료 및 자료를 통해 만난 조선시대 여성인물을 재해석하여 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고대의 여성사상, 정절의 역사, 신사임당 등이 있다.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로 미국 위스컨신-매디슨 대학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육에 대한 비교역사적 접근, 근대 공교육제도와 사상, 젠더와 사회정의 교육, 공교육 혁신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은경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이며, 사회와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들을 정신분석작업을 통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남성중심 문학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작가에 대한 지속적인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이호연
청소년 인권, 빈곤, 보살핌과 돌봄 노동 그리고 재난참사에 대한 기록과 연구를 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여기 사람이 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재난을 묻다 등이 있다. 현재 인권기록센터 ‘사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미경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와 여성사전시관에서 일했다. 조선 숙종기 무녀들의 역모를 그린 장편소설 큰비로 2017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세상에 깊이 연루된 자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여성 서사의 보석을 캐는 데 몰두하고 있다.
책의 목차
서문 • 김경미
1부 일하고
1 가부장제의 경계에 선 여성들, 기생 • 박애경
2 조선시대 유모의 자격과 역할의 편린을 찾아서 • 박미선
3 노동과 유희의 경계: 식민지 시대 까페 여급 • 서지영
4 1920・30년대 방직공업 ‛여공’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 • 이호연
2부 글쓰고
5 갈등하는 기억과 상상, 역사인물 허난설헌 • 이숙인
6 대한제국 여인들의 신문 읽기와 독자 투고 • 이경하
7 단군신화 바깥에서 유랑하는 여성, 탄실 김명순 • 이은경
8 타자의 삶 타자의 문학, 강경애 • 문영희
9 1930년대의 새로운 여성들을 만나는 창, 임순득 • 이상경
3부 다른 세상을 꿈꾸며
10 새 세상을 꿈꾼 궁녀 고대수 • 김경미
11 일제강점기 여성운동과 ‘맑스걸’ • 윤선자
12 민족해방과 여성해방을 꿈꾸며 산화해간 민족운동가 박차정 • 강영심
13 민족혁명전선의 불꽃, 조선의용대원 이화림 • 강영심
4부혼란의 시대를 살아내다 │ 태후에서 자유부인까지
14 고려 최고의 여성정치가 헌애왕태후 황보씨 • 권순형
15 조선 후기 노비로 팔려 간 소녀들 • 박경
16 변방 ‘국민’, 이등 ‘시민’: 공녀 • 이숙인
17 유혹하는 몸과 정절의 경계, 김은애 • 유승희
18 학생에 나타난 식민지 근대의 ‘여학생’ • 이윤미
19 1950년대 ‘자유부인’의 성정치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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