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도 노동·직업’ 관점서 출발 “범죄 낙인 지워야 인권문제 해결”
성·노·동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연구팀 지음 /도서출판 여이연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성매매를 노동의 일종으로 보는 ‘성노동론’은 매우 논쟁적이며 금기시돼 왔던 주제다. 한국에서 성노동 논의를 촉발시킨 것은 2004년 하반기에 만들어진 성매매방지 특별법이다. 당시 생활 수단을 잃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생존권과 일할 권리를 외쳤다. 또 성매매가 아닌 ‘성노동’으로의 인식전환을 주장했다. 17일은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만 3년 째 되는 날이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펴낸 이 책은 매춘을 성노동으로 보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이뤄지는 단속이 성판매 여성들에게는 생활의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성노동의 이론화를 위한 첫번째 시도로 평가받을 만한 책이다. 성매매특별법이 근간으로 하는 금지주의나 처벌 대신 ‘비범죄화’를 화두로 잡고 논의를 펼쳐나간다. 저자들은 성노동자에게 씌워지는 낙인을 벗겨내고 범죄인이 아닌 이 사회의 다른 ‘보통사람’과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성노동이 비 범죄화되면 이를 둘러싼 폭력과 착취가 벌어지는 경우 노동자가 그 행위를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된다. 매춘을 ‘윤리적 타락’으로만 낙인찍는 것은 남성중심적 성 권력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일하고 있는 성노동자의 글을 번역해 싣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최초로 성노동을 가치있는 노동으로 공식 인정한 국가다. 네덜란드에는 약 2만5000명의 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 책은 네덜란드에 대한 사례를 통해 ‘성노동에 대한 완전한 비범죄화는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한다.
독일도 2002년부터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문을 연 아르테미스는 포르노 영화관과 마사지 업소, 바 등을 갖춘 매춘업소다. 100명의 성노동자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하루 60달러의 수수료를 내고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은 당당하다. 이들은 노동허가증을 갖고 있으며 세금도 낸다. 이 책은 “독일은 매춘법을 통해 성노동자들이 업주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들의 처우개선은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많은 업주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성노동자들과 계약을 하기보다 방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것.
이 책은 프랑스와 일본 등의 성 노동관련법과 정책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몇몇 저자들은 이를 토대로 성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유린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매춘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한 뒤 그 틀 속에서 성노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 감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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