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적 정체성 개념(이현재 저 , 도서출판 여이연, 2008)
자유주의 여성주의를 시작으로 남성중심의 세계를 변혁하고자 여성해방운동이 태동한 이래 여성 혹은 여성성에 대한 규정은 몇 차례 변화 과정을 거쳤다. 여성성을 부정하는 1세대 여성주의는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남성과 동등한 주체가 되고자 하였고, 후속하는 2세대 여성주의에서는 남성과 다른 여성의 경험, 예컨대 돌봄 노동이나 모성수행 등에 특권을 부여하고 여성성의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선 세대의 규정방식이 동일성을 강조하는 배제적 원리에 갇혀있음을 비판하는 3세대 여성주의에서는 여성성의 부정과 인정이라는 상호 대립적인 두 입장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타자 배제를 넘어서 새롭게 여성성을 정초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조건과 상태에 대해 모호한 해석과 답을 제시하여 여성성에 대한 규정은 여성주의 진영이 풀어야 하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인정이론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저자는 여성주의적 정체성이란 무엇이며, 여성주의적 정체성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가 질문하고, 풍부한 철학적 논의와 여성주의 이론들을 상호 교직시키는 이론화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적 여성성’을 제시한다. 의사소통적 여성주의는 여성들 내부의 다양성과 경험의 차이를 사상하는 보편적 여성성이 아니라 타자를 의사소통의 참여자로 인정하는 개방성을 규범적 정체성으로 삼는 것이다. 즉, 의사소통적 여성주의는 어느 특정한 공통의 여성상에 대한 표상을 통해 결집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상호성을 인정하는 개방적 의지를 집단적 정체성의 핵심으로 가질 때 가능한 동태적 여성성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 2세대 여성주의 운동과정에서 규정된 여성정체성이 배제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비판하면서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헤겔과 호네트의 인정이론과 여성주의적 정체성의 결합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탐색하고 있다.
2부에서는 정체성 개념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정체성 개념을 보다 명료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정체성 개념을 수적 정체성, 질적 정체성, 나-정체성 개념으로 구분하고, 이들을 여성주의 안으로 수렴하여 통합하고자 작업을 진행한다.
3부에서는 각 세대별 여성주의 대표적 이론가들의 논의를 분석하고 있다. 남성적 주체를 모방하려는 시몬느 보부와르와 캐롤 길리건의 돌봄의 윤리, 사물화된 정체성을 비판하는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과 의미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들 논의 속에서 의사소통적 여성주의로 명명할 수 있는 여지를 도출해내고 재구성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인정이론을 기반으로 구성된 여성주의적 정체성이 타자배제 극복을 지향하기 때문에 어떠한 적도 상정할 수 없어 유효한 비판 도구를 취득할 수 없다는 반론 가능성을 제기하고 칼 슈미트와 마켈을 통해 답을 내림으로써 여성주의적 정체성을 최종적으로 다듬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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