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회 여이연 콜로키움
성적 범죄의 여러 형태들
_ 조선후기 <審理錄>을 중심으로
일시: 11월 23일 수요일 저녁 7시
장소: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발표: 이숙인(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
<심리록>은 정조의 정치가 시작되는 1776년 1월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800년 6월까지의 25년간, 사형에 해당하는 중범죄 사건 1112건에 대한 국왕의 심리기록을 모아 놓은 판례집이다. 이 중 인명범죄가 90.3%(1004건)에 해당하는데, 살인이 96%(964건)이고 자살이 4%(40건)이다. 범죄인의 성별은 남자가 965인이고 여자가 39인이다. 이 중 성과 관련된 사건은 119건이고 여성 및 추문으로 인한 사건은 46건이다. 이 46건 중에는 직접적인 성관계는 아니더라도 성(sexuality)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강좌는 <심리록>에 기록된, ‘淫獄’이라고 하는 범죄를 통해 조선후기 사회의 性과 권력의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우울한 사건들이지만 자료를 읽는 재미가 함께 할 것이며, 그 시대 정치가의 논리를 관람하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이런 내용입니다.
“왕은 말한다. 차진성은 제 아내가 다른 사람과 몰래 간통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단지 간부(奸夫)가 세력이 있는 자였기 때문에 그는 분풀이를 할 수 없었다. … 어찌 원한을 품고 있는 단서가 아니겠는가. 정상을 참작하여 석방하라. -갑진년 8월-”
[1781년 광주 박똥개 사건]
[사건개요] 박똥개는 그의 아내 이 여인(李女人)이 김성옥(金成玉)과 몰래 간통한 것에 분이 나서, 코를 베고 배를 찔러 그날로 죽게 하였다.
[본도계사] 간통 현장을 포착한 것은 아니지만, 율문으로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형조계사] 이미 규장의 법도를 범하여 죄가 만번 죽어 마땅하니, 누군들 혈기가 없겠습니까. 한 번 찌른 범행을 사형으로 단죄하는 것은 심리를 철저히 하는 도리에 흠결이 됩니다.
[판부] 정상이나 법으로 보아 모두 용서할 만할뿐더러, 간통한 자취가 저와 같이 분명하고 박똥개란 자도 아직 혈기가 있으니, 어찌 손을 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조치도 조리가 없지 않으니, 살리자는 논의에 부치는 것도 심리를 철저히 하는 정사에 해롭지 않다. 특별히 정배하라.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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