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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

[제52회 콜로키움] 레비나스의 여성적 타자성과 배려의 윤리학

여이연의 월례 콜로키움이 이달 셋째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레비나스와 캐롤 길리건의 윤리학을 통해 영미 페미니즘과 프랑스 페미니즘의 접점을 모색합니다.

혜화동 다락방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레비나스의 여성적 타자성과 배려의 윤리학

 

일시:  9월 21일 수요일 저녁 7시

장소: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발표: 유서연(파리 4대학 박사과정 수료)

 


     이 발표에서 다루고 있는 레비나스의 철학과 배려의 윤리학은 한국 내에서도 그 저작들이 출간되어 왔고 연구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프랑스 철학자들이 윤리학적으로 접근하는 성적 타자성의 문제와는 거리가 있었고, 또한 그것이 갖는 윤리학적 함의, 특히 레비나스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영미권의 배려의 윤리학과 관련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다뤄진 바가 없다. 따라서 발표자는 레비나스의 ‘상처받기 쉬움’(vulnérabilité)의 인간학이 어떻게 캐롤 길리건이 정립한 배려의 윤리학의 한 갈래인 모성주의적 윤리학과 결부될 수 있는지에 천착하고자 한다.  


      현재 프랑스 인문학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배려의 윤리학’(l'éthique du care)은  배려(soin, care)의 문제를 비단 인간 사이의 상호 의존성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혹은 환경 사이의 문제틀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다. 일례로 베르그송주의자인 보름스로 대표되는 배려의 철학은 생태윤리학적 관점에서 의료나 환경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른 한 편 현재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미국의 페미니스트인 트론토의 입장은 젠더화된 관점을 견지하며 배려의 윤리학을 정립한 길리건의 이론을 공적 영역에로 확장시켜며 배려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어린이, 노인, 사회적 약자나 아웃사이더로 넓혀 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는 분명 그 현재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탈젠더화된 시각에서 배려의 윤리를 재조명하고 있으므로 그 이론을 받아들이고 흡수할 때 어떤 입장을 고수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 발표는 아직까지도 사회적 노동과 출산이나 육아 사이의 양립이 힘든 한국의 상황에서 여성적 타자성이나 모성이 갖는 의의가 무엇인지를 정초하는 작업이 필요다고 보기 때문에 젠더화된 시각에서 배려의 윤리학에 접근하고자 한다. 또한 상처받기 쉬운(vulnérable) 타자에 대한 책임감과 비폭력에 의거한 레비나스의 윤리학이 배려의 윤리, 특히 상처받기 쉬운 타자에 대한 모성적 응답과 배려를 강조하는 모성주의 윤리에 접근하고 있음을 살펴볼 것이다. 발표자는 모성주의 윤리가 여성적 배려(care)와 남성적 정의(justice)라는 구분에 입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분이 정의에 대한 배려의 윤리적 우위성을 강조하는데 있지 않다고 보며, 배려는 남성중심사회와 관련된 부정의에 대한 저항을 내포할 때 그 의의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