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회 콜로키움]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정치학 -누가 페미니즘의 죽음을 두려워하랴
발표: 임옥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일시: 4월 30일 금요일 저녁 7시
장소: 여이연
수상한 시절을 맞이하면서 페미니즘 또한 죽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신도 죽었고, (인)문학도 죽었고, 노동운동도 죽었다. 모든 가치가 죽음을 맞이한 시대에 페미니즘이라고 죽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누가 페미니즘의 죽음을 선언한다고 하여 분개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페미니즘의 죽음을 선언할 정도로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애증의 한 표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은 변태를 의미한다. 변태는 죽은 껍질을 허물고 나올 때 가능하다. 무엇이든 죽지 않으면 세대교체도 발전도 없다는 점에서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나름의 아이러니와 대면하고 있다. 조안 스콧이 지적하다시피 무슨 운동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제공할 것이라고는 역설뿐’인지도 모른다. ‘제공할 것이라고는 역설뿐’이라는 말은 냉소와 조롱이라기보다는 자신이 한 행위가 의도와는 달리 아이러니컬한 결과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까지 성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것은 자신의 행위를 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타자의 입장에 자신을 세울 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거리가 생긴다.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와 대면하면서 ‘정치적 올바름’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그런 상태를 농담으로 삼을 수 있을 때, 내 안에 있는 욕망의 끝을 볼 수 있을 때,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채식주의 뱀파이어 정치'는 인간의 존재조건 자체가 타자를 삼켜야함에도 공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러니에 대한 은유이다. 또한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정치를 통해 폭력의 시대 공존의 가치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님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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