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콜로키움]
<집담회> 낙태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위하여
일시: 3월 31일(수) 오후 7시
발표자:
(가나다순)
- 권희정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 별 (연세대 총여학생회)
- 주현정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갑자기 낙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낙태근절운동”을 하겠다는 프로라이프의사회가 그 발단이다. 그 단체가 불법낙태시술을 했다는 산부인과 세 곳을 고발하였고 낙태를 하려는 여성들은 어찌해야 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근데 지금의 상황, 다소 황당무계하다. 피임 실패나 출산을 할 수 없는 현실의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낙태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상황’은 죄다 어디로 날아간 거야? ‘(생명중시) 산부인과 의사’ 대 ‘(생명경시) 낙태하는 여성’이라는 구도도 참으로 기이하고 어이없다. 아아니! 여자들이 무슨 죄인처럼 취급되는 지금 상황이 온당하기나 한 거냐규!!
그렇다고 “산부인과 의사라면서, 니들이 낙태를 하는 여성들의 고민과 고통을 알려고나 한 거니?” 라고 적당히 화를 내고 넘어갈 상황도 아닌 듯하다. 저출산이 국가적 의제로 주창되고 결혼․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을 이기적이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여성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핫 이슈로 떠오른 만큼, 생명존중을 체득하고 있음을 거듭 동감하는 걸로는 넘어감 직하지 않다는 거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정면대결, 진검승부... 아니 이런 거창한 거 필요 없고, 그동안 참았던 말을 시원~하게 꺼내놔 보자. 낙태 불법화와 낙인으로 인해 그동안 그냥 저마다의 가슴 속에만 간직한 불안과 번민과 당혹감과 부당함과 분노를 드러내놓자는 거. 그 안에 여성들이 부딪히는 낙태와 관련된 “현실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얘기하면 나, 우리 고발할 거니?) 그 계기가 참으로 이상 미묘하지만, 각자 묻어두었던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수면 위로 떠올려보자는 거다. 이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넘어 집단적인 문제임을 확인하는 것, 이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또 있다. 여성과 관련한 다른 문제들이 그렇듯, 낙태와 여자들의 관계도 단순하지는 않다. 결혼 여부나 계급과 나이에 따라, 비혼이며 아이 낳은 여성, 장애여성, 성노동하는 여성... 이들과 낙태의 관계는 복잡다단하다. 뭐 그리 복잡하냐구? 그래 이것이 현실이야. 낙태의 현실은 낙태근절운동에 나선 의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거든! 조각천으로 기워지고 이어져갈 낙태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지금 우리가 함께할 행동으로 제안하는 바. 다양한 위치에 있는 여자들이 함께 얘기하고 어떤 지점에서 만날지 귀기울여보자.
☞ 지정발표 외에 발표하실 분의 신청도 받습니다. sukyi.okim@gmail.com (오김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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