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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

[제68차 콜로키움] 21세기 한국영화와 '탈사회주의적' 지형

제68차 여이연 콜로키움

21세기 한국영화와 '탈사회주의적' 지형



>발표: 손희정
>일시: 2014년 6월 26일(목) 오후 7시-9시 
>사회: 박미선
>장소: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오시는길 보기)

 

>발표자 소개: 영상문화를 연구하는 페미니스트. 「한국의 근대성과 모성재현의 문제: 포스트뉴웨이브의 공포영화를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21세기 한국영화와 네이션」은 박사학위 논문이다.성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 관심을 바탕으로 여이연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공저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2005)와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2010)가 있고, 역서로는 《여성괴물-억압과 위반 사이》(2008)와 《호러영화-매혹과 저항의 역사》(2011) 등이 있다. 현재 후안무치 시대의 정동에 관심을 가지고 《The Female Face of Shame》(2013)을 번역 중이다.

 

>발표 내용: 한국영화의 역사는 네이션의 정체성과 상상력을 탐구하고 재현하며 그 형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주목해야 할 것은 텍스트와 담론 그리고 제작조건 등 다양한 층위에서 등장했던 네이션이 동질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조정되고 새롭게 구성되는 유동적인 관념이라는 점이다. 네이션이란 호미 바바가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야누스의 얼굴'을 한 양가적 서사이고 영화는 그 서사가 구성되고 또 펼쳐지는 주요한 장이다. 이 양가성은 무엇보다 네이션에 부여된 어려운 임무, 즉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하는 상호 길항하는 가치들의 종합이라는 임무에 놓여있다. 그 중에서 특히 가라타니 고진이 통찰한 것처럼 자본과 국가(스테이트)라는 통약 불가능한 영역과 그 가치들을 (자유민주주의 정체polity의 다른 말인) 자본-네이션-스테이트로 종합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영화에서 네이션은 때로는 한민족이라는 '시원적 민족'을 지향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한민국이라는 근대 '국민국가'를 지지하는 '역사적 국민'의 성격을 띠기도 하는 등, 경제, 정치, 문화적 상황에서 따라 그 성격을 조정해 왔다. 네이션의 성격은 유동적이지만 네이션의 역할은 견고하게 유지되어온 셈이다. 영화는 '우리/공동체'라는 모호한 관념을 짜는 정치적 상상력(네이션)이 펼쳐지는 장이었으며 또한 당대의 전지구적 지배 체제인 자유민주주의의 효과적 장치로 작동해 왔다.

이번 콜로키움에서 일부분을 발표할 학위논문 「21세기 한국영화와 네이션」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1980년대 이후 네이션의 변화에 주목하고 영화를 비롯하여 네이션의 형성·유지에 복무하거나 비판적으로 개입했던 매체들과의 상호작용하며 그 성격을 분석한다. 특히 민중항쟁을 통해 제도적 민주화를 달성했던 1980년대, ‘역사의 종언’(후쿠야마)이 선언된 맥락 안에서 문화주의가 부상하고 ‘서태지가 혁명’이 되었던 1990년대, 그리고 본격적인 신자유주의화를 경험한 2000년대를 지나면서 당대 한국영화는 낸시 프레이저가 언급했던 ‘탈사회주의적post-socialist’ 지형에 도달한다. 한국 영화는 완전히 신자유주의화된 시장 안에서 ‘본연의 순수함으로부터 타락한 것’으로 상상되는 시장/자본에 저항하는 자유주의적인 호모내셔널리티(남성중심민족)와 권위주의적인 문화에 저항할 수 있는 공간을 자본의 영역에서 찾는 신자유주의화된 인정투쟁이 서로 길항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에서의 네이션 재현은 ‘인정이냐 분배냐’의 첨예한 논쟁점을 무대 위로 올려놓을 수 있는 시의성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활발히 토론하는 장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