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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여/성이론

여/성이론 통권 제37호

발행일: 2013.12.07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책 소개

37호에서는 20주년을 기념하여 여이연의 창립 멤버들과 여이연을 지켜보며 애정해온 분들을 모시고 진행한 여이연 20년 좌담회 기록을 공유한다. 또한, 페미니즘 라이브 꼭지에서 지난 20년 동안의 어느 때, 여이연과 인연이 된 다양한 이들이 말하는 여이연에 대한 추억의 단편들을 모아 “다락방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이는 지면상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포함해 20주년 기념 단행본 『다락방이야기: 페미니스트 연구 공동체 여이연』에도 실린다. 더불어 페미니즘 사용설명서 꼭지에서 스칼렛의 글을 통해 여이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톤으로도 읽을 수 있다.

2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번호 여성이론가 꼭지에서는 여이연 식구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아니할 수 없는 한국 사회 여성 운동의 큰 선배이신 사회학자이자 활동가, 이이효재 선생을 심혜경의 글, 「활동하는 이론가, 공부하는 실천가, 이이효재: 사회, 가족 그리고 여성」으로 만난다. 이이효재 선생께서는 1924년에 태어나셨다. ‘우리에게 계보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들에게 어쩌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보면서 ‘나의 계보’로 여겨도 될 이를 찾는 또 하나의 여정을 마련해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호 특집으로는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주체’들에 주목하여 2017년 현재 한국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운동의 방식과 운동 주체들의 양상을 살피는 글들이 실렸다. 우리는 사회운동이라고 하면 자고로 조직력에 근간을 둬야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조직력의 바탕에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활동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탄탄한 단체가 필요하다는 통념을 넘어 조직된 운동을 심지어 경원시하는 이들이 파도처럼 등장한 것을 목도하고 있다. 그 파도는 거침이 없고 그 거침없는 힘으로 크고 작은 많은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조직화된 활동에 익숙한 이들은 그들의 날렵하고 거침없는 행보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기존의 활동가들을 ‘꿘충’이라 폄하하며 경계를 긋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생망’ ‘헬조선’ 여성청년들의 페미니스트 되기」에서 한우리는 “88만원 세대, n포 세대, 수저론을 망라하는 세대론과 청년들의 인터넷 하위문화 비평에서 삭제되어왔던 여성청년의 존재를 되살”리며 “루저가 된 여성들, 잉여가 된 여성들”에 주목한다. 한우리는 이들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주체들”로 읽어내고 있다. 홍혜은의 「분절될 수 없는 것들: ‘넷페미’와 ‘꿘페미’의 이항대립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한우리의 표현을 따르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로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체이자 스스로를 ‘넷페미’ 세대라 규정하는 필자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홍혜은은 이 글에서 온라인 안팎을 넘나들며 여성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내왔고 이 목소리들이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를 ‘넷페미’들의 현장 속에서 스스로 겪은 갈등을 꼼꼼하게 짚으면서 이야기한다. 이현재는 「페미니즘 트러블: 도시 상상계와 편집증적 주체의 탄생」에서 ‘넷페미’의 시공간을 이론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현재는 ‘남성 피해자 시뮬라크르’ 혹은 ‘순수한 피해자 시뮬라크르’라는 남성들이 사회적 현실과 동떨어지게 그려낸 ‘인지적 지도’와 이를 뒤받치는 ‘정보편식’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또한, 이에 대항하는 주체 (혹은 이현재의 용어로는 ‘비체’)들이 ‘재현된 신체’와 ‘진짜 신체’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정신 쇠약’ 상태에 처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서사’, 즉, ‘순수한 피해자로서의 여성서사’를 구축하려고 시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경계 긋는 것’에 집착하고 ‘정보편식’에 빠지게 됨으로써 ‘편집증적 주체’가 되어버린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가 되어 함께 싸웠던 이들이 일순간 ‘그들’이 되어 적대의 상대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여성을 “‘순수한 피해자’로 물화”함으로써 “여성들 내부의 차이나 변화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편집증”이 변화와 연대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논문 꼭지에는 세 편의 논문이 실렸다. 양경언의 글 「‘#문단_내_성폭력’ 말하기 운동에 대한 중간 기록」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었던 운동 중 하나에 대한 것이다. 양경언은 “연루되어 있는 모든 이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복잡한 사안을 ‘외부’에서 조망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함으로써 ‘#문단_내_성폭력’ 말하기 운동이 가지고 온 변화를 고립시키는 데에 역할하고 페미니즘이 형성하고 있는 입체적인 움직임을 타자화하는 시선”을 비판한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성급한 정리가 아니라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서로가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조직화된 공적 공간’으로서의 ‘듣기의 구조’와 ‘책임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편, 이를 이어, 기울어진 운동장, 비대칭적 성별구조 등에 대한 인식 확산에 기여한 영문학자이자 퀴어 이론가인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윜이 제안한 퀴어 인식론과 개념을 빌려와 질문을 발전시킨 두 개의 논문이 나란히 실렸다. 시 자체를 일종의 인식론으로 사유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신나리의 논문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윜의 퀴어 인식론으로 한국 현대시 읽기 —박상수의 『숙녀의 기분』을 중심으로」는 ‘남성 시인의 여성 화자 사용’이라는 문학 비평 용어가 그 바탕에 특정한 인식론(이성애중심적 인식론)을 전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남성 시인이 여성 화자를 활용하여 오늘날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의 비참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였다는 평가를 받는” 박상수의 시들을 퀴어 인식론을 통해 새로 읽기를 하면 ‘퀴어적 화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동현은 「직장 내 남성 동성사회와 게이 남성들의 경계지대 전략」이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 사회의 직장이 ‘이성애중심주의를 체현하는 남성동성사회성’이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보고 이와 같이 ‘여성과 게이 남성을 억압하는 구조’ 안에서 게이 남성들이 채택하게 되는 행위전략을 분석한다.

 

이번 문화/텍스트 꼭지에서는 남성동성사회적 욕망을 세련되게 가리고 있는 정부라고 평가해도 좋을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를 이진옥의 글 「문재인 정부의 젠더 정치: 탁현민과 여성의 상징적 소멸」을 통해 살펴본다. 이진옥은 문재인 정부가 “여성 임용을 통해 여성의 고위직 진출 통로를 마련하고 그로써 개혁적이고 현대적인 대통령의 상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여성들의 위상을 남성주의의 지속이라는 틀에 갇히게 함으로써 여성 존재의 한계를 명확하게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가져온 “여성운동에 대한 분할 통치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하영의 글, 「인공자궁: 논의의 맥락과 몇 가지 쟁점들」은 인공자궁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 최하영은 사회를 지속시키는 원천인 동시에 여성을 규정하는 최종심급처럼 인식되기도 하는 임신과 출산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들이 “남성들과 협상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자 무기”라 주장될 수도 있지만 여성이 곧 그 무기로 환원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무기일 수 있을지 질문한다. 이 글은 리포트 꼭지의 인공임신중지 합법화 운동에 대한 박종주의 글, 「‘낙태’는 죄였던 적이 없다: 오늘의 낙태죄 폐지 운동」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박종주는 어느 때보다 열렬히 진행되고 있는 ‘낙태죄 폐지 운동’이 어떻게 “비장애인, 성인, 시스젠더 등으로 상정되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여성, 청소년, HIV감염인, 성폭력 피해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공통된 사안이자 운동일 수 있고 또 이어야 하는지를 역설한다.

 

주제서평 꼭지에서는 세 권의 흥미로운 텍스트들을 소개한다. 먼저, 김남이는 「페미니즘과 자본주의, 역사의 간계」에서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저서 『전진하는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김남이는 저자가 1985년부터 2010년까지 페미니즘과 자본주의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에 대해 쓴 논문들을 엮은 이 책이 재현, 정체성, 인정, 혐오 등의 주제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분배의 정치, 사회경제적 억압의 축들이 교묘하게 가려지고 있는지를, 또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제대로 꼬집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프레이저가 이 책을 통해 ‘페미니즘의 해방적 비전을 직접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평한다. 조서연은 「남성중심적 군대의 현장에서 ‘여군’의 삶을 외치다」에서 최초의 여성 보훈처장에 발탁된 피우진 중령의 책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통해 군대라는 남성동성사회적 질서가 강력한 공간에서 여성 군인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고 이에 대한 어떤 저항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핀다. 은하선의 서평 「나는 양성애자다」에서는 양성애자로 커밍아웃하기도 한 은하선이 자신의 체험과 문제의식을 『양성애: 열 두 개의 퀴어이야기』에 등장하는 구술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엮으면서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명하며 잠재적 독자들에게 말 걸기를 하고 있다.

 

이번호 리포트 꼭지에서는 도균이 「퀴어문화축제에서 모두의 축제를 꿈꾸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퀴어문화축제의 더 나아간 포용성을 희망하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올해 40살 먹은 아저씨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며, “많은 교육의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게이라는 게 ‘이쪽’이라는 뜻이야?”라고 묻던 자신의 애인을 소개하며, “옷차림은 늘 허름하고 정치, 올바름, 자긍심 같은 것들은 너무나도 먼 개념”인 자신의 파트너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온다면 어떻게 될지, 그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그 공간에 섞일 수 있을지 말이다. 한편, 이미정은 기혼자 중심의 사회에서 또 다른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사는 ‘비혼여성들’이 만든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비혼여성공동체로 사는 이야기」에서 이미정은 전주 지역에서 비혼여성들이 어떻게 만나 마을을 이루고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으며 노년기를 맞이했을 때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는 틀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소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성들의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문화를 만들며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새로운 시대의 이론적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연구자들의 모임이다.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우리는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 문화를 만들며 새로운 이론을 생산하고자 한다. 
여성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만든 역사에 균열과 틈새를 내겠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호 <여>와 <성>사이에 빗금(/)을 그었다. 
기존의 여성이란 남성을 상정하지 않고는 자존적일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여성에 틈새를 내는 여/성의 이론을 만들어보려 한다. 
여성이라는 요상한 이름과 성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다시 쓰는 행위는 여성주의적 주체의 역사를 창출함을 의미한다. 

 목차

좌담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주년 기념 좌담회

기획특집 페미니즘 트러블: 매체, 주체, 논쟁
‘이생망’ ‘헬조선’ 여성청년들의 페미니스트 되기 / 한우리
분절될 수 없는 것들: ‘넷페미’와 ‘꿘페미’의 이항 대립을 넘어서 / 홍혜은
페미니즘 트러블: 도시 상상계와 편집증적 주체의 탄생 / 이현재

논문
‘#문단_내_성폭력’ 말하기 운동에 대한 중간 기록 / 양경언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윜의 퀴어 인식론으로 한국 현대시 읽기—박상수의 󰡔숙녀의 기분󰡕을 중심으로 / 신나리
직장 내 남성 동성사회와 게이 남성들의 경계지대 전략 / 임동현

여성이론가
활동하는 이론가, 공부하는 실천가 이이효재 : 사회, 가족 그리고 여성 / 심혜경

페미니즘 라이브
다락방 이야기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주년 준비위 엮음

페미니즘 사용설명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스칼렛

문화/텍스트
문재인 정부의 젠더정치 : 탁현민과 여성의 상징적 소멸 / 이진옥
인공자궁 : 논의의 맥락과 몇 가지 쟁점들 / 최하영

주제서평
나는 양성애자다 / 은하선 
남성 중심적 군대의 현장에서 여군의 삶을 외치다 / 조서연
페미니즘과 자본주의, 역사의 간계 / 김남이

리포트
퀴어문화축제에서 모두의 축제를 꿈꾸다 / 도균
‘낙태’는 죄였던 적이 없다: 오늘의 낙태죄 폐지 운동 / 박종주
비혼여성공동체로 사는 이야기 / 이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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