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판형/쪽수: 신국판/296쪽
▪ 발행일: 2018년 12월 20일
▪ 책값: 15,000원
임금, 시간, 젠더
▪ 주요내용
여/성이론 39호는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최근 한국사회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했다.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 팬덤 문화의 변화, 미투 이후 공동체의 변화, 정치운동 지형의 변화, 난민 유입, 젠더문제에 대한 10대들의 관심 증가, 총여학생회 존폐논의, 낙태죄 헌법소원 등과 같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의의들과 어떤 한계들을 논의할 수 있는지 살폈다.
이번 호는 2018년부터 본격화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여성들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특집주제로 삼았다. 문은미의 「최저임금의 젠더 효과와 여성임금의 하향평준화- 경기, 인천지역 여성 저임금 노동자를 중심으로」는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향상시키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현실화할 필요성을 논하였다. 국미애의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노동시간 단축과 젠더」는 현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정책이 이미 단시간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취약하게 만드는 유연성 개념을 여성주의적으로 전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문란에서는 장애 여성의 섹슈얼리티, 윤리학과 정치학의 관계, 여성 아이돌의 여성 팬덤문화를 분석한 세 논문을 실었다. 전혜은이 번역한 엘리슨 케이퍼의 「욕망과 혐오: 추종주의 안에서 내가 겪은 양가적 모험」은 절단 장애가 있는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절단 장애인들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추종주의”가 내포한 장애혐오를 비난하는 것과 이 비난이 또 다시 재생산할 장애 있는 몸에 대한 혐오를 경계하는 것 사이의 딜레마를 논하였다. 조주영은 「인정의 정치-윤리학」에서 주디스 버틀러 이론을 토대로 주체화의 매커니즘에 인정이 연루될 때 이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정소연의 「3세대 여덕의 탄생」은 2010년대 3세대 팬덤의 특성을 밝히고, 이들 중 여성 아이돌의 여성 팬덤이 보여주는 페미니스트 및 퀴어적 실천을 분석하였다.
여성이론가란에서는 대표적인 자유주의 페미니스트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일생과 사상을 소개한 이해진의 「패티코트를 입은 하이에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을 실었다. 이 글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사상이 당대에 미친 영향을 소개하고, 이 사상이 현재 한국에서 가지는 의의도 검토하였다.
페미니즘 사용설명서란에는 김보명의 「급진 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을 실었다.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 논의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급진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정의들을 통해 급진 페미니즘이 그것이 정의되는 사회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이론적이고 실천적 개념임을 논하였다.
문화/텍스트에서는 예술계, 정치계, 사회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글을 모았다. 김소연의 「당당하고 유쾌한 외침! 제1회 페미니즘연극제」는 2018년 6월 2일부터 7월 29일까지 대학로 곳곳에서 진행된 제1회 페미니즘연극제에서 공연된 작품들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연극제가 연극계 미투 이후 연극인들에게 페미니즘이 가지는 의의를 발견하는 계기였다고 그 소회를 밝혔다. 신지예의 「페미니즘을 향한 녹색당의 정치적 실험」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 서울시장 선본의 운영 과정과 정책, 그리고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 녹색당의 페미니즘 정치의 미래를 전망하였다. 정혜실은 「우리 안의 인종주의: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과 보수개신교 혐오세력은 어떻게 ‘난민 반대’의 한 목소리를 내게 되었는가?」에서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보수 개신교의 무슬림 포비아와 만나는 지점을 설명하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무슬림을 인식하는 인종차별적인 시각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인종차별이 궁극적으로는 성차별주의의 확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주제서평란에서는 페미니즘 이론 개설서와, 역사적 현상을 분석한 연구서, 그리고 페미니즘 입문서 세 권을 다루었다. 박수영의 「교차성, 차이로 만나는 페미니스트 정치학」은 한우리·김보명·나영·황주영이 공저한 교차성×페미니즘(여이연, 2018)이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 진영이 ‘래디컬 페미니즘’과 ‘교차성 페미니즘’으로 이분화되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이 책이 이 같은 이분법적 상황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교차성 페미니즘의 의의를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박이은실은 「2018년 광장에 선 ‘에로 그로 넌샌스’들의 1920~30년대 이야기」에서 박차민정의 조선의 퀴어: 근대의 틈새에 숨은 변태들의 초상(현실문화, 2018)이 식민지 조선의 역사를 ‘퀴어’하게 독해하여 식민지 조선의 숨은 역사들을 밝혀내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역사의 정치성과 정체성의 정체성을 사유하도록 촉진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수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 페미니즘」은 10대들을 교육하는 현장에서 유용한 두 책을 소개한다. 하나는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인식한 사회의 젠더와 성차별주의를 10대들과 소통하려는 시각에서 분석한 김양지영·김홍미리의 처음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 당연할 수 없는 우리들의 페미니즘(한권의책, 2017)과 다른 하나는 독자를 10대로 전제하고 한국사회의 젠더 문제를 다양한 소재와 통계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김고연주의 나의 첫 젠더수업(창비, 2017)이다.
리포트에서는 지금가지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이는 두 이슈에 관한 글을 실었다. 김민기·정수호·오로라가 「2018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사건을 재고하다」에서 2018년 5월 연세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가 은하선 강연을 개최하면서 시작된 총여학생회 퇴진 및 재개편 논의와, 이를 계기로 본격화된 대학가의 백래쉬 움직임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총여학생회 존재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백래쉬의 의미와 이에 맞서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최현정의 「낙태죄 헌법소원의 쟁점들」은 현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배경과, 현행 낙태죄가 여성의 어떤 기본권을 침해하며 이 기본권 침해가 어떻게 부당한지 밝히고,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 남아있는 과제도 제기하였다.
이번 호는 기획특집인 ‘임금, 시간, 젠더’를 중심으로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변화들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루고자 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높아가지만, 몰젠더적 정책이 입안되기도 하고, 관심의 고조로 인하여 페미니즘 진영 내 갈등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이전보다 더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페미니즘 정치·운동·교육의 가능성이 성장하는 지금이기도 하다. 여/성이론은 페미니즘이 한국사회, 나아가 지구적으로 다양한 의제들을 새롭게 인식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이것이 정치로, 운동으로, 교육으로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함께해나갈 수 있도록 여러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
▪ 저자 소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우리는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 문화를 만들며 새로운 이론을 생산하고자 한다. 여성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만든 역사에 균열과 틈새를 내겠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호 <여>와 <성>사이에 빗금(/)을 그었다. 기존의 여성이란 남성을 상정하지 않고는 자존적일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여성에 틈새를 내는 여/성의 이론을 만들어보려 한다. 여성이라는 요상한 이름과 성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다시 쓰는 행위는 여성주의적 주체의 역사를 창출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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