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사이렌의 침묵과 노래 = 노성숙 지음. 여성주의 문화철학으로 '오디세이'를 해석했다.
인간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중심으로 포스트모더니티와 아도르노, 여성주의의 연관성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살피고 나서 이를 바탕으로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사이렌들, 키르케, 페넬로페를 분석했다.
오디세우스는 강한 의지로 사이렌들의 유혹을 이겨낸 영웅으로 서구문명의 이성적 주체를 상징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한 사이렌들은 위험하고 아름답고 매혹적인 팜므파탈로 그려진다.
하지만 저자는 카프카가 '사이렌들의 침묵'에서 그렸듯 사이렌들이 가진 무기는 노래가 아닌 침묵이었음을 지적하면서, "사이렌들의 자아는 오디세우스를 통해 드러난 인간의 원초적인 자아, 즉 '동일적이고, 목적지향적이고, 남성적인' 자아가 아닌 '비동일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카프카가 사이렌들을 의식 없는 존재로 규정한 데 반해 저자는 사이렌들의 침묵을 매우 의식적이라고 규정한다.
저자가 규정하는 사이렌들은 타인과 관계 맺는 비동일적 자아이며, 남성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 체화된 목소리로 노래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노래가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다.
여이연. 25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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