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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단행본

동아시아 고대의 여성사상 - 여성주의로 본 유교

저자 이숙인 여이연 2005.02.25

페이지 516 ISBN 8995190302

 

책 소개

[여이연 이론 10]
이 책은 무엇이 남녀의 진정한 관계를 방해해왔으며, 무엇이 남녀의 왜곡된 관계를 합리화해 왔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여성주의로 유교 경전을 재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안과 밖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타자, ‘유교적 여성’의 이론적 원천과 실천적 맥락을 일관되게 설명한다. 유교 문화권에서 ‘여성’의 범주가 어떻게 창조되었고, 어떤 언어와 어떤 지식으로 전개되고 확대되었는가를 이론적인 차원에서 분명하게 보여준다.『동아시아 고대의 여성사상』에 대하여 근대 이전의 2000여 년 동아시아 지식의 모든 길은 공자로 통했다. 공자의 언어를 통해 일상의 관계들이 추구되었는데, 그것은 사서오경四書五經(『논어』·『맹자』·『대학』·『중용』·『서경』·『시경』·『춘추』·『주역』·『예기』)을 통해 만들어지고 유포되었다. 다시 말해 근대 이전의 동아시아 사회에서 ‘사서오경’은 모든 것을 각주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을 가진 것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유교적 여성 정체성이라는 것도 이 사서오경의 지식체계 속에서 구성된 것이다. 하지만 오경(五經)은 모두 남성의 역사였다.

공자 사후 지금까지의 공자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늘 새로운 것이었다. 공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수많은 길과 포지션이 있었지만 그것을 남녀관계나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체계화한 적은 없었다. 20세기 마르크주의의 공자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누가 더 공자에 가깝고 누가 말하는 것이 진짜 공자인가 라는 질문을 크게 넘어 서지 않았다. 아직도 못 다한 공자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여성주의 전망으로 공자의 언어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이 남녀의 진정한 관계를 방해해왔으며, 무엇이 남녀의 왜곡된 관계를 합리화해 왔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은 또한 동아시아 문화 속의 여성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여성들이 자신을 합리화하는 동아시아적 방법을 묻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이미 너무나 친숙하고 일반적이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을 밝혀내어 여성주의 전망으로 재구성하게 하였다. 여성의 경험과 여성의 입장에서 사물들의 관계를 다시 보게 될 때 자연스러웠던 기존의 제도와 사상이 성(gender) 편파적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성주의 전망으로 재구성되는 유교는 전제와 독점이 아닌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자기중심에 빠지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구성하며, 자신의 편의와 이해만을 고집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활을 구성하는 자원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타자, ‘유교적 여성’의 이론적 원천과 실천적 맥락을 일관되게 설명해내고자 하였다. 그래서 기원전 11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에 이르는, 중국 고대의 10여 세기 동안 형성된 유교의 언어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분석하였다. 이 시기에 형성된 유교 경전은 영원불변의 ‘말씀’으로 동아시아 보편주의를 생산해 왔다. 동아시아 보편주의는 이 경전의 언어에 바탕을 둔 유교 가부장제로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경전은 일정한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역사·문화적 구성물이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말씀’의 구체적 맥락을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였다. 이를 통해 ‘말씀’에 가려진 사건과 관계들의 진실을 읽어내려 하였고, 성인聖人과 군자君子에 반영된 ‘현재’의 이데올로기를 밝히고자 하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여성주의로 유교 경전을 다시 읽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총 5부 12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여성’의 창조를 『서경』을 중심으로 기원전 11세기의 주초周初 상황을 통해 재현하였는데, 여기서 남성 지배의 제도 종법과 여성 배제의 관념 성모(聖母)론과 여화(女禍)론이 완성되었다. 제2부는 성과 사랑의 현실과 이념을 『시경』을 통해 검토하였다. 여기서 시조 신화와 고대인의 성과 사랑, 『시경』 해석의 역사를 통해 이념화된 성과 사랑을 젠더 정치학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제3부는 혼인과 가족의 제도와 담론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는데, 여기서 유교적 질서 개념으로 여성의 종속이 고착되었음을 『춘추좌씨전』과 『주역』 및 선진제자(先秦諸子)의 문헌을 통해 확인하였다. 제4부는 유교적 여성 정체성 이론에 관한 내용이다. 음양이론, 욕망이론, 조화이론, 관계이론이라는 네 이론을 중심으로 유교적 남녀 관계와 유교적 여성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이 네 이론은 각각 현실을 설명하는 차원과 전망을 모색하는 차원의 두 지점에서 접근되었다. 예컨대 음양(陰陽)은 남존여비의 이론적 기초로 활용되어 온 측면이 있는가 하면 또한 음양은 대대와 길항의 “두 힘”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조화란 보편과 특수, 전체와 개인의 응집력이 요청되는 사회적 인간들의 모임에서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칠 것이 없지만, 유교 사회에서 조화는 타당한 불만을 잠재우고 부조리를 아름답게 둔갑시키는 체제이데올로기로 사용되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남녀의 ‘진정한’ 의미의 조화를 위해 여성의 자기주장을 불가능하게 하였고 남녀의 불합리한 관계 구조를 유지시켜 온 역사적 조화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차이와 다양성을 조건으로 한 초기의 조화이론을 긍정적인 의미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제5부는 유교적 질서 담론 속으로 여성이 포섭되는 기원전 2세기의 한초(漢初) 상황을 『예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였다. 서주(西周)의 성립(B.C.11)과 함께 형성된 동아시아 고대의 가부장제는 근 10세기의 길항 끝에 한초(B.C.2) 통일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전유되어 확립되기에 이르렀는데, 이후 여성들의 일상은 이른바 유교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가부장제 이후의 유교를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를 몇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모색하였다.

유교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려는 동양철학의 한 전통에서 보면 이러한 접근은 이단異端이자,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고 이미 합법화된 것을 뒤집는 ‘발칙한’ 행위로 읽혀질 것이다. 한편 유교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갖고 있는 페미니즘의 한 전통에서 보면 이 작업은 분명했던 목표를 지연시키는 ‘업무’ 방해 행위로 읽혀질 법도 하다. 이 작업은 경험과 기억 그리고 입장의 차이를 통해 유교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지금까지 이야기되지 않았던 감춰진 사실들을 통해 새로운 진실과 현실을 구성하고자 한 의도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 작업은 서구 중심의 페미니즘이 간과한 동아시아 문화의 특성에 주목하여 여성주의 전망의 한국적 맥락을 검토하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성주의의 한국적 전망은 유교 가부장제라는 동아시아 보편주의와 서구 중심주의라는 페미니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유교 문화권에서 ‘여성’의 범주가 어떻게 창조되었고, 어떤 언어와 어떤 지식으로 전개되고 확대되었는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그간 다소 모호한 채 실천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되던 ‘유교적 여성’을 총체적이면서 이론적인 차원에서 분명하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이 책은 동양학 전공자 및 여성학, 그리고 동양 고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읽고자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이숙인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철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술지 <여/성이론>, <오늘의 동양사상>, <동양철학>, <정치사상연구>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동양을 넘어서 동양을 위하여>, <여성의 몸에 관한 철학적 성찰>, <현대문화와 철학의 새 지평> 등이, 옮긴 책으로 <열녀전>, <여사서> 등이 있다.
 
 목차
1부 ‘여성의 창조 : 제도와 관념의 이중주
1장. 출발점에서 : 남성 문화로의 전환
2장. 남성 지배의 제도 : 종법제
3장. 여성 배제의 관념 : 성모론과 여화론

2부 성과 사랑 : 자유와 억압의 딜레마
4장. 고대인의 성과 사랑, 그 해석
5장. 성담론의 젠더 정치학

3부 혼인과 가족 : 세속과 초월의 긴장
6장. 동아시아 혼인 사상
7장. 동아시아 가족 사상

4부 여성 정체성 이론 : 해체와 구성의 길항
8장. 음양 이론 : 변화와 불변의 경계
9장. 욕망 이론 : 절제와 활용의 성별 정치학
10장. 조화 이론 : 동화와 차별의 타자 철학
11장. 관계 이론 : 칭찬과 비난의 변증법

5부 질서 속으로, 질서 밖으로
12장. 타자로서의 여성

에필로그·가부장제 이후의 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