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
[여이연 이론 10] 공자 사후 지금까지의 공자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늘 새로운 것이었다. 공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수많은 길과 포지션이 있었지만 그것을 남녀관계나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체계화한 적은 없었다. 20세기 마르크주의의 공자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누가 더 공자에 가깝고 누가 말하는 것이 진짜 공자인가 라는 질문을 크게 넘어 서지 않았다. 아직도 못 다한 공자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여성주의 전망으로 공자의 언어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이 남녀의 진정한 관계를 방해해왔으며, 무엇이 남녀의 왜곡된 관계를 합리화해 왔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은 또한 동아시아 문화 속의 여성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여성들이 자신을 합리화하는 동아시아적 방법을 묻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이미 너무나 친숙하고 일반적이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을 밝혀내어 여성주의 전망으로 재구성하게 하였다. 여성의 경험과 여성의 입장에서 사물들의 관계를 다시 보게 될 때 자연스러웠던 기존의 제도와 사상이 성(gender) 편파적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성주의 전망으로 재구성되는 유교는 전제와 독점이 아닌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자기중심에 빠지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구성하며, 자신의 편의와 이해만을 고집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활을 구성하는 자원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타자, ‘유교적 여성’의 이론적 원천과 실천적 맥락을 일관되게 설명해내고자 하였다. 그래서 기원전 11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에 이르는, 중국 고대의 10여 세기 동안 형성된 유교의 언어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분석하였다. 이 시기에 형성된 유교 경전은 영원불변의 ‘말씀’으로 동아시아 보편주의를 생산해 왔다. 동아시아 보편주의는 이 경전의 언어에 바탕을 둔 유교 가부장제로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경전은 일정한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역사·문화적 구성물이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말씀’의 구체적 맥락을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였다. 이를 통해 ‘말씀’에 가려진 사건과 관계들의 진실을 읽어내려 하였고, 성인聖人과 군자君子에 반영된 ‘현재’의 이데올로기를 밝히고자 하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여성주의로 유교 경전을 다시 읽은 결과물이다. 유교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려는 동양철학의 한 전통에서 보면 이러한 접근은 이단異端이자,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고 이미 합법화된 것을 뒤집는 ‘발칙한’ 행위로 읽혀질 것이다. 한편 유교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갖고 있는 페미니즘의 한 전통에서 보면 이 작업은 분명했던 목표를 지연시키는 ‘업무’ 방해 행위로 읽혀질 법도 하다. 이 작업은 경험과 기억 그리고 입장의 차이를 통해 유교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지금까지 이야기되지 않았던 감춰진 사실들을 통해 새로운 진실과 현실을 구성하고자 한 의도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 작업은 서구 중심의 페미니즘이 간과한 동아시아 문화의 특성에 주목하여 여성주의 전망의 한국적 맥락을 검토하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성주의의 한국적 전망은 유교 가부장제라는 동아시아 보편주의와 서구 중심주의라는 페미니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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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
이숙인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철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술지 <여/성이론>, <오늘의 동양사상>, <동양철학>, <정치사상연구>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동양을 넘어서 동양을 위하여>, <여성의 몸에 관한 철학적 성찰>, <현대문화와 철학의 새 지평> 등이, 옮긴 책으로 <열녀전>, <여사서>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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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
1부 ‘여성의 창조 : 제도와 관념의 이중주 1장. 출발점에서 : 남성 문화로의 전환 2장. 남성 지배의 제도 : 종법제 3장. 여성 배제의 관념 : 성모론과 여화론 2부 성과 사랑 : 자유와 억압의 딜레마 4장. 고대인의 성과 사랑, 그 해석 5장. 성담론의 젠더 정치학 3부 혼인과 가족 : 세속과 초월의 긴장 6장. 동아시아 혼인 사상 7장. 동아시아 가족 사상 4부 여성 정체성 이론 : 해체와 구성의 길항 8장. 음양 이론 : 변화와 불변의 경계 9장. 욕망 이론 : 절제와 활용의 성별 정치학 10장. 조화 이론 : 동화와 차별의 타자 철학 11장. 관계 이론 : 칭찬과 비난의 변증법 5부 질서 속으로, 질서 밖으로 12장. 타자로서의 여성 에필로그·가부장제 이후의 유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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