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사업 선정작
▪ 지은이: 임옥희
▪ 판형/쪽수: 국판 변형 / 219쪽
▪ 발행일: 2021년 11월 28일
▪ ISBN 978-89-91729-43-8 03330
▪ 책값: 16,000원
▢ 기획 취지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에서 공감으로 나가는 촉매가 되고자 한다. 혐오에서 공감으로 유도하는 통화(currency)가 ‘이야기’이다. 그런 통화가 페미-스토리노믹스(femi-storinomics)다. 페미-스토리노믹스는 페미니즘+스토리텔링+이코노믹스의 합성어로서 필자의 조어다. 무력하고 가난한 이야기가 여자들의 ‘힘’이자 ‘돈’이 되고 여자들의 생존과 생계에 핵심일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관계’를 협상하고,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며, 시민적 정의를 설득하는 페미스토리텔링에 바탕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사변소설은 혁신적이고, 재밌고, 경이로운 페미-스토리텔링을 제공한다. 바이러스처럼 감염되고 전이되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지구종으로서 인간이 혐오를 넘어 지상의 모든 존재와 만들어나가는 공생공작적인 ‘실뜨기 놀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책 소개
지구 행성의 자원을 인간이 독점하는 인간중심주의로는 지구가 더는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많은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지상의 모든 존재가 공생하려면 지구 행성을 쓰레기더미로 만드는 채굴 자본주의에 등을 돌려야 한다. 재밌게도 그런 소비채굴자본주의 가부장제에 패륜아, 배덕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페미니스트가 다너 해러웨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지구생존 가이드’로서 페미니스트–스토리텔링은 페미니스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대한 미래의 약속처럼 보인다. 1983년 ‘사이보그 선언’에서부터 2003년 ‘반려종 선언,’ 그리고 2016년 ‘퇴비주의 선언’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저술은 생물과학자의 학술 논문이라기보다 SF처럼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여지없이 깨지는 AI 시대, 페미니즘과 인문학적 가치의 무력함에서 벗어나 재밌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봄으로써 세계 짓기에 동참하도록 독려하는 해러웨이의 글쓰기가 이 책을 쓰는 데 동기부여가 되었다.
글로벌 양극화 시대에 여전히 노동, 일자리, 생산성만을 주장한다면 지구 행성에서 모두의 생존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노동중독이 자본주의의 지구 행성의 착취에 공모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4차산업 시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해러웨이가 보여주는 페미니스트로서의 통찰이다. 삶 자체가 이야기 배달로 지속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여자들의 이야기로 세계 짓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스트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소비하는 데서 자유를 맛보도록 소비중독시대를 열어간, 자본세와 인류세가 지배하는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 것이 해러웨이 식의 퇴비세는 아닐까? 그것은 지상의 존재들이 바이러스처럼 이야기를 전파하고, 거미처럼 네트워킹을 하고, 버섯처럼 훼손된 지구의 복원에 참여하도록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이다.
세계가 디지털 플랫폼이 된 시대에 디지털 난민들, 지상에 집 없는 자들, 장애인들, 아이 딸린 여자들, 근본 없는 패륜아들, 중독자들, 경계선적 존재들, 그리고 숲, 강, 대기처럼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오염되고 실격처리된 존재들과 더불어 존재의 안무에 참여하는 이야기가 페미스토리텔링이다. 페미니스토리노믹스는 소비자본주의 사회가 실격처리한 최소수혜자들, 그들을 사회의 기본값으로 설정하려는 이야기 경제다. 그것은 탈인간중심주의적인 불구의 ‘시간성’을 전파한다. 그것은 낯익은 세계를 낯설게 만드는 ‘허구적인’ 예술/기술/장애의 시간성이다.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는 다른 상상이 요청된다. 현재를 낯설게 함으로써 다른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SF만큼 탁월한 장르도 드물 것이다. 제도권에서 한때는 싸구려 B급 문화로 푸대접을 받았던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에 바탕을 둔 페미-스토리텔링은 대중적이고 교훈적이면서도 무엇보다 재밌다. 김보영, 김초엽,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E. Butle)r, 어슐러 르 귄(Ursula Le Guin), 조애나 러스(Joanna Russ),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엘리자베스 문(Elizabeth Moon), 반다나 싱 등이 보여주는 ‘사변소설’은 페미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우화적 장르다. 이들 장르는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고 그 틈새에서 새로운 세계를 짓는다. 그것은 오염되고 훼손된 지상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을 뿌리고자 한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에서 공감으로 나가는 촉매가 되고자 한다. 혐오에서 공감으로 유도하는 통화(currency)가 ‘이야기’이다. 그런 통화가 페미-스토리노믹스(femi-storinomics)다. 페미-스토리노믹스는 페미니즘+스토리텔링+이코노믹스의 합성어로서 필자의 조어다. 무력하고 가난한 이야기가 여자들의 ‘힘’이자 ‘돈’이 되고 여자들의 생존과 생계에 핵심일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관계’를 협상하고,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비판하며, 시민적 정의를 설득하는 페미스토리텔링에 바탕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사변소설은 혁신적이고, 재밌고, 경이로운 페미-스토리텔링을 제공한다. 바이러스처럼 감염되고 전이되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지구종으로서 인간이 혐오를 넘어 지상의 모든 존재와 만들어나가는 공생공작적인 ‘실뜨기 놀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책의 목차
서문
1부
1장. 팬데믹 패닉 시대,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
미래의 약속은 어디에
기후재난의 시대, 인류의 미래는?
포스트휴먼 시대, 다시 인간을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다시 돌봄을 생각하다
2장. 감염병, 혐오의 정치, 타자의 발명
디지털 정보‘감염’의 시대, 혐오의 정치
뉴노멀의 시대, 납작한 공정성
타자의 발명과 비체화되는 존재들
정치적 자원으로서 혐오: 안산과 이준석 현상
3장 바이러스 주체와 이야기 배달꾼
감염과 전이 그리고 바이러스 주체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이야기 배달꾼의 페다고지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버섯의 지혜와 아카시아의 공생 이야기
4장 반려종과 더불어 공생적 세계 짓기: 다너 해러웨이
인본주의에서 사이보그-견본주의로
근본 없는 패륜아들: 미러링과 마녀 되기
반려종과 더불어, 난잡한 친족 만들기
휴머니즘에서 퇴비주의로: 카밀 이야기
2부
5. 사변소설로 만나는 페미-스토리노믹스
왜 사변소설인가?
반다나 싱의 사변소설 선언문
페미-스토리노믹스: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6. 트랜스/변이체/뱀파이어로서 살아남기
감염, 변이체, 초공감증후군
옥타비아 버틀러: 씨 뿌리는 자의 우화
죽음에 저항하는 글쓰기: 산자의 서
상실, 실패, 취약성으로 연대하기
7. 장애/동물/사이보그/크립보그 선언
장애/사이보그/페미니즘
몸‘집’으로부터 망명하는 이주민들
수나우라 테일러: 장애와 동물 되기의 교차로
반려종 휠체어/크립보그 선언
≪어둠의 속도≫: 선택으로서 장애
크립보그와 김초엽의 <인지공간>
▢ 지은이 소개
임옥희
코로나 팬데믹은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생각하도록 해주었다. 강제적인 격리의 시간 동안 웅크린 채 고치집을 짓고 있었다. 이야기가 그리웠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에’ 하고 장죽을 입에 문 할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하듯, 그렇게 먼먼 이야기가 흘러들어왔다가 흘러나갈 수 있었으면 했다. 매주 만나서 어떤 이야기든 함께 할 수 있는 여이연의 이야기 공동체가 절실했던 시간이었다. 함께 이야기를 엮어 짤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행운에 기대어 지어내고 짜깁기한 이야기 하나를 덧붙인다.
경희대학교 문학박사. 사단법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소장과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임. 저서로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젠더 감정정치≫,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발레하는 남자, 권투하는 여자≫,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공저), ≪한국의 식민지근대와 여성공간≫(공저)등과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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