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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여이연/서평

[한겨레]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 소개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정신분석세미나팀 지음/여이연·1만8000원

 

정신분석학, 마르크시즘, 페미니즘. 이들은 “애증의 삼각관계”(임옥희)라 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은 서로 갈등하고 경합해온 이 세가지 이론의 협상을 추구하면서, 그렇기에 더더욱 난해하고 논쟁적인 설명을 펼친 여성 이론가 7명 (줄리엣 미첼, 캐롤 길리건, 멜라니 클라인, 제시카 벤자민, 줄리아 크리스테바, 뤼스 이리가레, 주디스 버틀러)을 소개한다. 한국 학계에서 한바탕 유행한 뒤 이제는 철 지난 듯 보이는 이론들이지만 잠복했던 페미니즘 의제가 다시 조명받는 요즘, 이 여성들이 다시금 돌아올 태세다.

 

책은 학자들의 핵심 주장과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 다음, 그들이 받은 비평까지 충실히 소개하면서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마르크시즘 사이의 길항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정신분석학자 줄리엣 미첼은 여성 억압의 물질적·이데올로기적 기제로서 가부장제를 설명했지만 ‘거세 불안’과 ‘남근 선망’이라는 프로이트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정신분석 아버지의 순종적이고 충실한 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캐롤 길리건은 부당한 착취와 약자의 희생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보살핌’이라는 원리를 중요하게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말이 화목한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포기하지 않고 가부장제와 협상하라는 조언처럼 들렸기 때문에 이성애 핵가족 중심의 질서를 해체하려는 ‘자매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페미니즘 이론에서 정신분석학의 지분이 적지 않은 탓에 페미니스트들은 프로이트를 읽지만 특유의 남근중심, 남성 가부장적 편견으로 이어지는 설명은 종종 거부감을 낳는다. 이에 멜라니 클라인은 ‘어머니의 계보학’이라는 관점으로 정신분석학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제시카 벤자민은 ‘가부장적 정신분석학’ 대 ‘급진적 페미니즘’이라는 대립관계를 해결하려고 헤겔 철학을 동원한다. 뤼스 이리가레는 문화·과학·철학 등의 상징 질서가 남성동성애적이므로, 여성은 상징체계 안에서 주체로서 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그가 ‘여성 주체성’을 포기하지 않는지에 대한 힌트도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다루는데, ‘젠더수행성’ 이론 자체가 정신분석학과 밀접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을 지적인 시험에 들게 하는 7인의 이론가들의 설명을 읽으며 단지 은유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라며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아니면 이를 확장시켜 실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65617.html#csidxc23f6147fa25d0ab259af5b52c1df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