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세계화를 떠받치는 '하인' [사회과학] [출판뉴스] [연합뉴스 2009.05.01]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일자리를 좇아 국경을넘어 이동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부는 질 좋은 교육 기회와 능력에 따른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전문 직종을찾아 해외로 이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의 교육 수준에 맞지 않는 더럽고, 힘든 일을 해야 할지라도 더 많은 보수 하나만을 바라보며 선진국으로 떠난다.
후자의 경우는 한국 사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래전부터 채우고 있고, 간병이나 노인 수발, 가사 도우미, 입주 보모 등은 조선족 여성들의 차지가 돼버렸다.
신간 '세계화의 하인들-여성, 이주, 가사노동'(여이연 펴냄)은 세계 곳곳의 가사 노동자로 퍼져 나간 필리핀 이주 여성들을 통해 후진국 여성들이 어떻게 세계화의 맨 밑바닥을 떠받치는 존재가 되었는지를 조명하는 책이다.
미국 프로비던스의 브라운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 라셀 살라자르 파레냐스는회계사, 경영 컨설턴트 등 특화된 전문직이 집중된 글로벌 도시에서 저임금 서비스노동에 대한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가사 노동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선진국의 부유한 여성들은 사회활동과 집안일이라는 이중고를 감당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단순히 더럽고 힘든 일을 하기 싫다는 이유로 청소, 요리, 돌봄 등의 가사노동을 후진국에서 이주한 여성들에게 떠넘긴다.
이렇게 되면 이주 여성들이 원래 그들의 본국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었던 가사노동은 다시 그곳의 더 가난한 여성이 떠맡게 된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지속되는구조적 불평등의 한쪽에는 여전히 돌봄 노동을 여성의 책임으로 간주하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필리핀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탈리아 로마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사노동자로 종사하는 여성들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저자의 어머니 역시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여성이다.
현윤경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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