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출판사: 도서출판 여이연
▪ 발행일: 2020년 8월 28일
▪ 판형/쪽수: 신국판 /202쪽
▪ ISSN: 1228-8365
▪ 책값: 15,000원
트랜스젠더리즘/트랜스페미니즘
▪ 주요내용
이번 호의 ‘기획특집’은 ‘트랜스젠더리즘/트랜스페미니즘’을 주제로 세 편을 글을 싣고 있다. 루인의 글 「여성범주를 통해 트랜스 페미니즘을 다시 사유하기」는 페미니즘 유산 속에서 트랜스젠더퀴어와 페미니즘의 관계를 재맥락화하면서 트랜스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글이다. 제 2물결 페미니즘부터 ‘여성’ 범주는 첨예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었고, 오늘날 트랜스 여성에 대한 논쟁 역시 이러한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트랜스 여성에 대한 사유는 여성 범주의 목록에 트랜스 여성만을 단순하게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여성 범주의 근본적인 재구성이며, 그럴 때 “한국 사회의 계급주의, 비장애중심주의, 인종주의 등과 같은 차별 정치”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트랜스 페미니즘을 사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이은실의 글 「‘TERF’는 페미적 주체일 수 있을까?: 타자의 권리와 주체의 윤리에 대하여」는 버틀러의 ‘살만한 삶’ 개념과 페미니즘 사상의 핵심인 ‘타자성’을 통해 페미니즘 주체의 윤리를 다룬다. 공존과 더불어-되기의 언어로써 페미니즘에 동의한다면, ‘배제’가 페미니즘의 언어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으로 글의 제목에 답하고 있다. 의도하지도 않았고 별개의 글이지만 루인의 글에 화답하는 듯하다. 박한희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 화장실의 평등」은 성중립 화장실이라는 매우 논쟁적 사안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이용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드러내고, 공적 공간을 평등하게 구성하는 데 ‘성중립 화장실’이 중요한 아젠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과 차별을 둘러싼 논쟁이 만들어 낸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는 상상 속의 화장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용하고 경험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호의 ‘여성이론가’와 ‘주제서평’, ‘페미니즘 라이브’는 특집 주제와 이어진다. 각 글들이 서로의 글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고 있다. 42호에서 만나는 여성이론가는 레이윈 코넬이다. 최정선은 글의 서두에 “여성이론가는 누구를 지칭하는가”를 스스로 질문하면서 이론가 소개를 시작한다. 코넬은 남성성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젠더연구자이면서 “여성과 남성의 젠더 권력 관계에서 남성의 몸에서 여성의 몸으로 위치이동을 경험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트랜스섹슈얼이 명사가 아니라 여성을 수식하는 형용사라는 코넬의 주장은 그래서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콴다의 글 「내부자 시각에서 고찰한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철회과정, 그리고 그 후」는 ‘페미니즘 라이브’에서 다룬다.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철회과정에서 선정적인 내용이 주로 다수의 의견으로 대표되었지만 침묵했던 다수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기록하고 싶었다는 필자의 고민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필자는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과 관련된 논쟁, 당시 숙명여대의 찬반논쟁은 “해당 교 내부의 전통, 여성 공간 내 범죄 사건과 관련한 경험, 여성주의의 다양한 범주를 종합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과 함께 살펴볼 것을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앞으로 계속되어야 할 고민을 이야기한다.
세 편의 ‘주제서평’ 중 기획특집과 함께 읽으면 좋은 글은 신필규의 수잔 팔루디 다크룸이다. 다크룸은 아버지 스테파니 팔루디, 노년의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딸에게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임을 알리면서 시작되는 아버지에 대한 ‘추적’(책의 원제)이다. ‘증명을 요구받는 삶’을 살아온 아버지는 딸을 “자신의 정체성을 단단히 하는 과정에 초대”하였고 그 과정에서 딸은 아버지를 심문하는 식의 태도에서 존중과 이해라는 감정으로 변모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두 번째 주제서평은 ‘살 수 없는 삶의 탄생’을 추적하는’ 미혼모의 탄생이다. 이 책은 버틀러의 ‘살 수 없는 삶’이 미혼모의 삶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미혼모와 연관된 규범적인 개념들(혼인, 가족, 양육, 모성 등)의 정치적 함의를 사회 역사적으로 서술하면서 미혼모가 어머니의 범주에서 추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글을 읽다보면, 트랜스젠더 여성의 ‘증명을 요구받는 삶’과 미혼모의 ‘살 수 없는 삶’이 ‘여성’과 ‘정상성’이라는 범주 속에서 묘한 공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주제서평은 김은하의 「몹시도 퀴어한 페미니즘 인문 기행」이다. 이 글은 임옥희 신간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1920년대 런던, 파리, 베를린, 모스크바를 배경으로에 대한 서평으로, 이 책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1920년대 대도시에 출현했던 ‘다형도착적인 신여성들’의 삶과 문학(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필자는 “많은 여성들이 숨어 있기 좋은 ‘자기만의 방’과 엎드려 자도 될만큼 넓은 책상”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 대안적 삶의 지평을 상상하게 해줄 교양의 자원은 희소”하고, 그래서 “남성중심적인 지식의 역사 속에서 누락되거나 유령화된 여성 작가와 그들의 퀴어한 작품들을 찾아가는” 이 책을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리포트’는 이가현의 페미니스트 국회의원 선거 출마기이다. ‘페미니스트 국회의원’, 멋지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살”게 되었다는 필자가 한 명의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의 출현을 기대하다가 직접 선거에 뛰어든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내가 만족할만한 정치를 대신 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으로 직접 선거에 뛰어든 멋진 20대 페미니스트를 만날 수 있다. 문득 생각해보면, 페미니스트, 무소속, 선거 경험이 없고, 선거공탁금조차 힘겹게 마련할 만큼 더 없이 열악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가현의 출마기는 힘듦보다는 희망과 절실함이 더 어울리는 감정이다. 개인적인 욕심일 수 있지만, 다음 선거에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이 말이 무책임하지 않도록 응원과 지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꼭 찾아볼 것이다.
이번 호의 논문은 미현의 「총여학생회 폐지와 디지털 시대의 반격(backlash)의 역동」이다. 여/성이론은 총여학생회 폐지와 관련된 주제를 몇 번 다루었다. 그만큼 관심 가는 주제였고, 여성운동, 여학생운동의 부침과 관련하여, 총여학생회 폐지는 역사적 징후라고 여겼다. 총여학생회의 폐지는 학생회 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 학생운동이 2000년대 이후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자의 주장처럼, 페미니즘 대중화에 대한 반격이다. 필자는 총여학생회의 폐지를 한국의 ‘백래시’로 규정하고 “온라인의 감각과 문법이 ‘현실세계’의 정치적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피력한다.
이번 호의 유일한 ‘문화/텍스트’는 조고은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대한 영화평이다. 필자는 “40대 싱글 여성 찬실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던 영화 일을 그만둔 후, 사회적, 심리적 위기를 겪으며 일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자아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오랫동안 열정을 다했던 영화 프로듀서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지만, 영화라는 자신의 자산에 “의탁하거나 사회가 보장해주는 궤도를 순순히 따라가지 않고”,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에 기꺼이 뛰어드는 찬실이를 필자는 응원하고 있다.
목차
기획특집 트랜스젠더리즘/트랜스페미니즘
여성 범주를 통해 트랜스 페미니즘을 다시 사유하기 / 루인
‘TERF’는 페미니즘적 주체일 수 있을까?: 타자의 권리와 주체의 윤리에 대하여 / 박이은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화장실의 평등 / 박한희
논문
총학생회 폐지와 디지털 시대의 반격(backlash)의 역동 / 미현
여성이론가
사회학자 로버츠 “밥” 코넬/레이윈 코넬 / 최정선
페미니즘 라이브
내부자 시각에 고찰한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철회 과정, 그리고 그후 / 이콴다
문화/텍스트
영화만 바라보던 찬실이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 조고은
주제서평
실패한 탐정의 이야기: 다크룸을 읽고 / 신필규
‘살 수 없는 삶의 탄생을 추적하는 미혼모의 탄생 / 임애정
몹시도 퀴어한 페미니즘 인문 기행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 김은하
리포트
페미니스트 여성 정치인 ‘여기 있다’ / 이가현
▪ 저자 소개
여성문화이론연구소 편집부
우리는 역사를 다시 쓰고 대안 문화를 만들며 새로운 이론을 생산하고자 한다. 여성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만든 역사에 균열과 틈새를 내겠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호 <여>와 <성>사이에 빗금(/)을 그었다. 기존의 여성이란 남성을 상정하지 않고는 자존적일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여성에 틈새를 내는 여/성의 이론을 만들어보려 한다. 여성이라는 요상한 이름과 성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다시 쓰는 행위는 여성주의적 주체의 역사를 창출함을 의미한다.